▲ 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 |
교사들은 누가 보든 말든, 지시하든 말든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다. 교사들끼리 서로 돕고, 아끼고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런 교사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교감의 행복이다.
필자가 “오늘도 내 입에 곰팡이가 슬었어”라고 말하며 퇴근한 적이 여러번이다. 교감이 입 다물고 있어도 척척 굴러간다는 뜻이다.
요즈음 교육 현장에 여교사가 많아 걱정들이라지만, 필자에게는 남의 세상 이야기다. 우리 학교는 53명의 교사 중 여교사가 52명이지만 든든하기만하다. 아픈 제자를 돌보아 주거나 잘못한 제자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모성애로 다독이는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 때로는 엄격하게 꾸짖으며 일사불란하게 통솔하는 대장부(?)의 기개도 보인다. 학생 지도에 열정이 넘치고, 행사를 추진할 때엔 일당백이다. 9월에 열린 4개 행사를 깔끔하게 치러내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필자의 평소 믿음은 더욱 더 굳건해졌다.
먼저 9월 8일에 열린 가을운동회를 통해 여교사들의 저력을 보았다. 가냘픈(?)교사들은, 현유순 체육부장을 중심으로 주무관과 공익근무요원의 도움을 받으며 14개의 천막과 현수막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금세 설치했다. 그날 밤, 혹시라도 미리 설치한 천막이 훼손될까 염려돼 조규정 교감과 필자가 학교에 남았다. 어둠이 짙어지며 퇴근했던 교사들이 10명이나 되돌아왔다. 그 의리에 가슴이 찡했다. 이튿날 1250여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운동회를 멋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행사를 잘 마무리한 것도 여교사들이었다.
26일에는 영재교육기관 평가 및 컨설팅이 있었다. 금년에 신설된 영재학급의 성혜성·이영숙 교사가 열심히 지도해 주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았지만, 부족했던 부분을 컨설팅 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공개수업이 예정된 교실과 면담이 이루어질 평가장에 들렀다. 김향숙·이지숙·강진·김부전·김효정 부장을 비롯해 여러 교사가 자기 일처럼 돕고 있었다. 문현숙 행정실장을 비롯해 주무관과 사무보조원들도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다. 하릴 없이 그 자리에 있으려니 민망했다. 슬며시 나왔다.
26일 끝난 대전시교육감기 육상대회에서는 남자 400m 계주를 포함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차지했다. 6월 17일 열린 서부교육지원청 학교스포츠클럽대회 남·여부 종합 준우승에 이은 겹경사였다. 이항기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유미 교사의 열정 덕분이었다. 정유미 교사는 달리기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발굴한 후 운동시키기를 꺼리는 부모를 설득했다. 육상 코치를 찾아가서 지도 방법도 배웠다. 우레탄 적응 훈련을 위해 아침 일찍 선수들을 충남대 운동장으로도 데려갔다. 담당 교감인 필자도 덩달아 아침 운동을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28일부터 30일까지 필자는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로 6학년 학생 251명과 함께 해인사와 경주를 다녀왔다. 김병재 학년부장을 비롯해 김현경·안현미·이문영·황정희·석윤희·임현희·전미복 교사는 알차고 안전한 체험학습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제자들이 아프지는 않을까, 다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두세 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대전에 비가 억수로 쏟아진 29일 오후, 경주 날씨는 쾌청했다. 2박 3일 동안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마무리됐다. 9월 한 달간 교사들의 힘은 그렇게 발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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