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서 |
『사기 본기』, 『사기 세가』, 『사기 열전』 등 『사기』 번역에 매진해 온 김원중 교수가 『사기 서』와 『사기 표』를 출간, 4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대작을 마무리했다.
더욱이 『사기 표』의 완역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작업으로 이번 완역이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다.
『사기 서』는 『사기』 130편 중 예, 악, 천문, 치수 등 모든 사회 제도와 문물을 설명한 8편을 한글세대에 맞춰 현대식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는 당시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여기에는 사마천이 중요시한 무위의 정치, 즉 국가는 아무 일 없이 안녕하며 백성은 일을 즐거워하며 편안히 살아가게 하는 다스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기전체의 효시 『사기』는 본기 12편, 표 10편, 서 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등 총 13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기', '세가', '열전'이 인간을 중심에 두고 개개인의 활동에서 비롯된 역사적 사건들을 서술한 것이라면, '서'는 사회 제도에 주목하여 이상과 현실, 변혁과 민생 문제 등을 보여 주는 전문적 논술이다.
즉 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과 같은 전장(典章)을 기록하고 있어 문화사나 제도사의 성격을 갖는다.
사마천은 한나라 초기 사회 발전을 주도하는 데에는 황로 도가 사상이 유리하다고 보았으며, '서'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자 했다. 또한 '사기'의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각 제도의 역사와 속성을 설명하면서 당대의 현실, 즉 한 무제 통치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사기』 전체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하는 '천관서'는 천문의 역사와 천체의 움직임을 읽는 법을 보여 준다. 이 편 또한 천상에서 나타나는 조짐으로 인간의 문제를 예견하고 이를 덕치와 연결시키면서 한 무제의 무치에 경고를 보내고 있으며, 국가의 제사를 다룬 '봉선서'에서는 한 무제의 무분별한 봉선을 모두 나열하면서 좀 더 노골적으로 그를 비난한다.
마지막으로 '하거서'와 '평준서'는 백성의 생활과 밀접한 치수 사업과 경제 정책에 대해 설명한다. '하거서'에서는 대대로 국가의 중대한 사안이었던 황하를 다스리는 문제를 주로 다루고, '평준서'에서는 권력화된 거대 상인의 등장과 전쟁 비용 충당을 위해 등장한 매관매직, 화폐 개혁, 염철 전매 등을 언급하면서 역시 한 무제의 그릇된 통치를 빗대어 보여 준다.
부록 '보임소경서'는 사마천이 임안(任安)에게 보낸 답신으로, '보임안서(報任安書)'라고도 하는데 본래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사마천전(司馬遷傳)'에 있는 글을 옮겨 와 함께 수록했다.
한편, 저자는 충남대 중문과와 동 대학원을 거쳐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 고전 문학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 대만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의 방문 학자와 대만사범대학 국문연구소의 방문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주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민음사 펴냄/지은이 사마천, 옮긴이 김원중/사기서 396쪽, 사기표 416쪽/2만2000원, 3만5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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