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키우는 '대전의 키팅 선생님'

꿈 키우는 '대전의 키팅 선생님'

학교 부적응학생 맡아 미소 찾아주기 10년째 “학업중단 위기의 아이들 무사히 졸업할 때 뿌듯”

  • 승인 2011-10-10 18:17
  • 신문게재 2011-10-11 4면
  • 이은미이은미
[중도 60년 희망 60인 릴레이 인터뷰] 16. 위탁형 대안학교 '은석학교' 송석호 교장

▲ 원적교에서도 포기했던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 있다는 송석호 교장.  일정기간씩 학생을 위탁하는 위탁형 대안교육기관이라는 한계를 넘어 인가형 대안학교를 꿈꾸고 있다.
▲ 원적교에서도 포기했던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 있다는 송석호 교장. 일정기간씩 학생을 위탁하는 위탁형 대안교육기관이라는 한계를 넘어 인가형 대안학교를 꿈꾸고 있다.
등교시간이라고 하기엔 늦은 감이 있는 오전 9시. 가장동에 위치한 ‘대전은석학교(이하 은석학교)’로 학생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있다.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오늘은 일찍 왔구나’ ‘그래, 어서 와라’웃음으로 맞아주는 송석호(42)교장은 제 시간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마냥 고맙다. “등교시간이 훨씬 지난 오전 11시, 혹은 점심시간에 학교에 오는 아이도 있지만 저는 학교에 오는 것부터가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은석학교’는 학교에 다니기 어렵거나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한 대전 관내의 학생들을 원적교로부터 위탁받아 교육하는 위탁형 대안학교이다. 때문에 ‘은석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은석학교’로 와서 공부하고 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연신 다독이며 교육의 틀 안에서 보살피고 있는 송 교장이 대안학교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초임교사로 부임했을 때 학교부적응 학생을 만나게 되며 시작됐다.

당시 송 교장이 담임을 맡은 반에는 타지역 학교에서 퇴학직전에 강제로 전학 온 학생이 있었는데, 가족과 친구들에게까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으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했다. 이 학생을 변화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송 교장은 6개월동안 그 학생과 함께 살며 때론 친구처럼, 때론 형처럼 마음을 다독이며 보살폈고, 그 학생을 무사히 졸업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학교부적응으로 중도탈락위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힘이 돼 줘야겠다고 마음먹은 송 교장은 소외받은 학생을 위한 학교 설립을 차근차근 계획하고 실천에 옮겼다. 2002년 월드컵 열풍이 한창일 때 옥계동의 한 부지에 직접 학교건물을 짓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응원을 할 때도 송 교장은 학교부지에서 벽돌이 쌓여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자 하나 책상 하나도 일일이 줄 맞추며 준비했다.

▲ 한 때 대안학교설립의 꿈을 접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송석호 교장은 대안학교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교육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키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문제 학생들이 모여 있는 혐오시설로만 생각하는 사회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사진은 뿌리공원 체험교육 모습)
▲ 한 때 대안학교설립의 꿈을 접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송석호 교장은 대안학교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교육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키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문제 학생들이 모여 있는 혐오시설로만 생각하는 사회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사진은 뿌리공원 체험교육 모습)
그리고 2003년 마침내 평생교육시설학교를 설립한 이후에는 휴일도, 방학도 없이 교육기회를 상실한 학생들에게 수준에 맞는 양질의 프로그램과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수많은 계획과 시도를 하던 중 학교부적응학생을 위한 위탁교육을 시작했다. 학교설립 6년만인 지난 2008년에는 ‘대전은석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장기위탁형 대안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아 대안교육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비슷한 처지의 또래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소통하면서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위탁기간을 연장해가며 학업 중단 위기에 있던 아이들이 무사히 졸업하거나 학년진급을 하는 걸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새로 마련한 가장동의 학교건물을 리모델링하느라 여념이 없는 송 교장은 오늘도 다양한 통합교육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계획하면서 지속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교육공동체 구성을 꿈꾸고 있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대전은석학교 송석호 교장은?

2002년 동부교육청으로부터 평생교육시설학교계획 승인을 받은 후, 2003년학교 형태의 평생교육시설학교를 설립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학교과정교육을 시작했다. 2008년 학교 명칭을 ‘대전은석학교’로 바꾸고 학업중단 위기의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지역대안교육기관협의회의장, ‘학교법인세원학원’의 법인이사, 대전광역시대안교육지원센터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직접 음악치료, 미술치료, 요가, 탁구, 골프, 환경생태교육 등의 다양한 대안교육과 통합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위한 전인교육에 힘쓰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