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총장 측은 지난 7일 대학평의회 구성을 수용하기로 한데 이어 13일 전체교수회의, 26일에는 카이스트 이사회 개최 사실을 10일 공식 발표했다. 서 총장 측은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교수협, 학생들의 요구에 호응한다는 취지에서 이사회 개최 날짜를 못박아 전격 공개한 것으로 읽힌다. 이사회를 통해야만 교수협의 3가지 안건이 즉각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총장 측은 교수협간 갈등을 조기 수습하기 위해 모든 사안을 빠른 시간내에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이면엔 학생과 카이스트 노동조합이 이번 사태에 가세해 또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서 총장이 움직일 공간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려감이 현실로 드러났다.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던 내홍 사태가 카이스트 총학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다시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0일 오전부터 카이스트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설문조사 내용이 공정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곽영출 총학생회장이 “설문조사를 급하게 준비하느라 교수협의회의 설문을 참고하다보니 진행에 미숙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 측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총학도 걱정이 많다. 설문결과 참가율이 20% 이하에 머물러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할 경우 여론에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738명의 학생이 참여해 학부 전체 재적학생 4800명을 기준으로는 15.4%의 참여율, 전체 학부재학생 3983명 기준으로는 18.5%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관심을 끄는 서 총장 퇴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56%가 찬성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56%의 수치는 대표성을 띨 수 있는 참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데다, 서 총장 퇴진 여론을 압박하기는 애매하다는 게 학교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교수협은 학생 설문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사태가 이상한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학생 비상총회에서 서 총장의 퇴진을 묻는 투표가 부결됐던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한 구성원은 “13일 전체 교수회의가 서 총장 퇴진 국면을 정리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 같다”며 “서 총장과 교수협 모두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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