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자 편집팀 차장 |
중국의 식인 풍습은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등 유명한 중국 고대의 소설에도 잘 나타나 있다. 삼국지의 경우, 정사로 기록된 진수의 삼국지에는 유비가 즐겨먹은 음식이 인육으로 만든 포였다고 하며, 여포가 죽은 후 그 고기를 죄인들에게 먹였다고 한다. 소설 수호지에서는 인육으로 고기만두를 만들어 파는 악한이 등장하고, 서유기에서는 고승의 고기가 불로장생의 영약이라 하여 삼장법사가 끊임없이 요괴들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과거 중국인들은 인육은 먹고 나면 또 생각나는 고기라며 '상육(想肉)'이라고 불렀는데 실제로 사람고기는 양고기 맛과 비슷했다고 한다. 명나라때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은 의학서로서 인체의 부위별 약효에 대해서까지 언급하고 있다.
식인풍습이 인류역사의 오래된 관행이었음은 틀림없다. 굶주림, 종교 등 극단적 상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먹는 식인이란 상상만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남성 문화는 여성과의 성관계 혹은 강간을 먹는 행위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인류학자에 따르면 서양 문화에서 남성이 섹스할 수 있는 여성은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순서로 비유된다고 한다. 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순서대로 인간으로부터 멀어지는데, 개-고양이-돼지-호랑이는 각각 누이-사촌-친족 제도 밖의 여성-이민족 여성을 상징한다. 너무 가까워도(누이), 너무 멀어도(이민족 여성) '못 먹는' 섹스 금지 대상인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이 '먹는 것'이다.
성폭행과 학대 피해를 당한 청각장애아들을 그린 영화 '도가니'로 전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잇따른 미군 병사의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폭행은 특수학교 뿐만이 아니다. 회사, 종교, 군대 등 어떤 조직에서나 수많은 '도가니'는 존재하고 약자들은 아무말 못하고 음지에서 고개를 숙일 뿐이다.
가해자들의 죄의식 없는 야만적 폭력은 피해자들의 영혼을 죽이는 살인과 다름없다. 그리고 미지근한 법과 무관심한 이 사회 또한 공범이다.
김숙자·편집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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