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상육' 사람을 먹다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상육' 사람을 먹다

  • 승인 2011-10-10 14:54
  • 신문게재 2011-10-11 21면
  • 김숙자 편집팀 차장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전쟁에 패한 유비가 몇 명의 부하들과 유랑 중 가난한 사냥꾼인 유안의 집에 묵게 되었다. 평소 유비를 존경하던 유안은 가난한 자신의 집에 대접할 것이 없자 아내를 죽여 요리를 한 후 유비 일행에게 대접했다.' 나관중의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중에서 유비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의 식인 풍습은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등 유명한 중국 고대의 소설에도 잘 나타나 있다. 삼국지의 경우, 정사로 기록된 진수의 삼국지에는 유비가 즐겨먹은 음식이 인육으로 만든 포였다고 하며, 여포가 죽은 후 그 고기를 죄인들에게 먹였다고 한다. 소설 수호지에서는 인육으로 고기만두를 만들어 파는 악한이 등장하고, 서유기에서는 고승의 고기가 불로장생의 영약이라 하여 삼장법사가 끊임없이 요괴들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과거 중국인들은 인육은 먹고 나면 또 생각나는 고기라며 '상육(想肉)'이라고 불렀는데 실제로 사람고기는 양고기 맛과 비슷했다고 한다. 명나라때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은 의학서로서 인체의 부위별 약효에 대해서까지 언급하고 있다.

얼마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멕시코 북부의 엘 살도 지역의 동굴에서 1400년 경 식인 부족인 '시시메(Xixime)'부족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실제로 시시메 부족은 적을 먹으면 그들의 영혼을 흡수해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 준다고 믿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인풍습이 인류역사의 오래된 관행이었음은 틀림없다. 굶주림, 종교 등 극단적 상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먹는 식인이란 상상만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남성 문화는 여성과의 성관계 혹은 강간을 먹는 행위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인류학자에 따르면 서양 문화에서 남성이 섹스할 수 있는 여성은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순서로 비유된다고 한다. 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순서대로 인간으로부터 멀어지는데, 개-고양이-돼지-호랑이는 각각 누이-사촌-친족 제도 밖의 여성-이민족 여성을 상징한다. 너무 가까워도(누이), 너무 멀어도(이민족 여성) '못 먹는' 섹스 금지 대상인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이 '먹는 것'이다.

성폭행과 학대 피해를 당한 청각장애아들을 그린 영화 '도가니'로 전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잇따른 미군 병사의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폭행은 특수학교 뿐만이 아니다. 회사, 종교, 군대 등 어떤 조직에서나 수많은 '도가니'는 존재하고 약자들은 아무말 못하고 음지에서 고개를 숙일 뿐이다.

가해자들의 죄의식 없는 야만적 폭력은 피해자들의 영혼을 죽이는 살인과 다름없다. 그리고 미지근한 법과 무관심한 이 사회 또한 공범이다.



김숙자·편집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5.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4.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