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자가 걸었던 고난의 길은 한폭 수채화가 되고…

선교자가 걸었던 고난의 길은 한폭 수채화가 되고…

터키의 교통 요충지로 이슬람 문화·예술 꽃피워 바오로가 유럽 최초 신자 리디아를 선교한 고장

  • 승인 2011-10-10 14:10
  • 신문게재 2011-10-11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의 성지순례 탐방기-그리스·터키를 찾아서] 17. 터키의 성지들을 찾아서-콘야편

▲ 콘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현지마을.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 아름답고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 콘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현지마을.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 아름답고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단장 김정수 바르나바 천안신부동성당 주임신부)은 성지순례 9일차인 5월 31일 안탈랴에서 토로스 산맥을 넘어 성서상의 이코니온인 콘야로 이동했다. 터키에서도 특히 종교색이 강한 도시로 알려진 콘야는 로마시대에 '이코니움'이라고 불렸다. 자그마치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장시간 버스 이동 후 순례단은 콘야의 바오로 성당에 도착했다.

콘야는 사도 바오로의 제1차 전도지로 유명하다. 사도행전 기록에 따르면 1세기에 바오로가 그리스도교의 포교를 위해 이 곳을 방문했지만 유대교도에게 돌팔매질을 당해 쫓겨난 곳이기도 하다. 페르게에서 마르코라 불리는 요한과 사도 바오로가 선교여행을 시작했고, 요한이 돌아간 뒤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험준한 산맥을 넘었다. 자색 옷감 장수 리디아의 교회에 간 사도 바오로를 통해 리디아는 유럽 최초의 신자가 된다.

이스라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사도 바오로는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죄를 용서받고 구원 받을 것을 강조했고, 그의 말에 회당의 많은 유대인들이 공감하고 따랐다. 사도 바오로는 사도행전 13장에서 기원후 6세기 큰 성당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한다. 313년 발표된 밀라노칙령은 그리스도교를 믿어도 좋다는 윤허의 뜻을 담은 비문이지만 지진에 무너져 내렸다. 유스티아누스 황제는 성당을 지지하고 모든 것을 십자가로 구성했다. 사도 바오로는 세례터에서 장엄한 연설을 했다. 순례단이 안티오키아로 가는 것은 사도 바오로 성지 승계터를 다니는 것이다. 1350년 사도 바오로는 에이르디르 산맥을 넘었는데 사도 바오로가 걸어가는 산 옆으로 호수가 있었고, 에이르디르는 물반, 고기반이었다. 에이르디르 호수는 매우 아름다운 곳이고 사과와 자두, 복숭아와 체리 등 온갖 종류의 과일이 풍성해 지상천국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 콘야의 바오로성당 전경.
▲ 콘야의 바오로성당 전경.
▲콘야 바오로 성당=콘야 시내 한복판 셀주크 궁성 옛터 남쪽에 1910년에 지은 성 바오로 기념성당이 있다. 이 곳은 바르나바가 기반을 닦은 곳인데 지금은 완전히 이슬람화가 되어 신자들은 아무도 없고 예수의 작은 자매회 수녀 두 명이 1985년에 부임해 세계 각지에서 오는 순례자들을 맞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수녀 두 명은 매우 연약해보이지만 강인함을 갖고 있는 성녀들이다. 이국땅에서 성당을 지키는 수녀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딸들인 수녀들로부터 따뜻하고 친절한 환대를 받으며 드리는 미사 자체가 큰 울림과 은혜로움을 안겨주었다.

프랑스 로마교회 공동체 소속인 이들 이탈리아 수녀들은 한여름에도 손이 차갑고 야위어서 스웨터를 입고 지낸다. 현대의 순교정신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들도 겨울에는 아테네 본원에서 쉬게 돼 있다. 이 곳 콘야의 바오로 성당은 이콘 성모상이 인상적이다.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잉태 소식을 듣고 여러 가지 마음의 갈등도 있고 위로도 받고 싶어 130km나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던 그녀의 사촌 엘리사벳집을 방문했다. 콘야의 바오로성당에는 성모 마리아의 성화와 조각 작품이 유달리 많다. 마리아를 끝까지 보필한 요한은 메시아의 소명을 받고 나가 예수님의 길을 안내하고 선교 사명을 다한 뒤 사랑으로 모든 규약을 다 완성하고 참수형으로 세상을 마쳤다.

5월 31일 오후 7시 이 곳 터키 코냐의 성 바오로 성당에서 김정수 신부는 미사를 집전했다. 김 신부는 “'마니피카'에서 '마니'는 '크다', '피카'는 '이뤄지다'라는 뜻으로, '큰 일이 이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마니피카는 크게 높은 사람, 겸손한 사람, 낮은 사람,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으로, 크게 마음을 깨끗이 하고 내 마음이 정말 정결하고 욕심이 없는 빈 마음을 이룬 상태”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마니피카 상태가 되려면 사랑에 굶주린 마음이 필요하고, 그런 입장이 될 때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 말씀을 기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놓고 있을 때, 가장 작은 자가 될 때, 주님께서 마니피카 해주실 때까지 참아야 한다”고 권한 김 신부는 “참는 것은 때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고, 우리가 신앙을 위해 작아질 때 주님께서 마니피카 해주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비천한 이에게 엄청난 일을 이룩하게 하는 이는 바로 주님이시고,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주님은 크게 쓰신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생각이 교만스럽지 않으면 주님은 절대 내치지 않는다”며 “주님이 내치시는 것은 교만과 아집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선교 여행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것”이라며 “사도 바오로는 '태클라'라고 일컫는 화형에 처할 뻔한 위험을 무릅쓰고 선교하다가 이곳에서 추방당했다”고 말했다.

▲콘야 이모저모=18세기에는 프랑스 터였던 콘야는 교통의 요충지로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다. 콘야는 이슬람의 유적과 과학, 문화, 예술이 꽃을 피웠다. 콘야에는 프랑스 가톨릭 신자들의 성당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안티오키아의 성 바오로 성당이다. 터키는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이슬람교를 제외한 타 종교의 선교는 금지돼 있어 선교 행위를 하게 되면 추방당한다. 해발 1016m의 콘야는 태양열을 이용해 더운 물을 사용하는 도시다. 난방은 갈탄을 사용하는데 가스냄새가 심하다. 겨울이 우기라서 유럽인들은 여름에 햇빛을 충분히 쬐기 위해 옷을 다 벗고 다닌다. 그러나 동양의 한국과 일본 사람들만 해를 가리고 다니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한다. 우기는 일주일 내내 비오다 갠 후 다시 주말에 비오겠다는 예보가 있을 때를 말한다.

일본처럼 종종 지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물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도 하다. '프른 케밥'이 이 곳의 명물이다. '프른'은 오븐을 뜻하는데, 잘 구워진 양고기는 아주 부드럽다. 콘야는 예부터 질 좋은 양탄자로 유명했고, 콘야 평원에는 오래 전부터 집락이 발달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차탈 효육도 콘야 남동쪽에 위치해 있고, 신석기 시대의 주거유적도 발견되고 있다.

▲선무 의식=신비주의자인 메블라나 젤다레딘 루미는 하얀 옷을 입고 춤추는 수도자로, 수피교의 규범을 수립했다. 수피교 수도승들은 팔을 벌려 빙글빙글 돌며 72시간을 굶고 울면 자기의 에고가 죽었다고 한다. 피리와 큰 북이 만들어내는 단순한 음으로 천천히 선무가 시작되면 흰색 옷을 걸친 남자들이 무아지경에 빠진 듯 추는 회전무가 관람객을 환상에 빠지게 한다. 신자인 춤추는 사람들의 검은 윗옷은 죽음을 상징하고 윗옷 아래 흰 의상은 신에 대한 재생을 의미한다. 무명의 검은 옷과 흰 옷을 입고 춤추는 것은 극기와 고행으로 알라를 섬긴다는 의미다. 춤추는 사람들은 음악이 점점 빨라지면 격렬하게 돌면서 망아의 상태로 신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선무 의식은 3시간 이상이나 계속되는데 매우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녹색타일로 덮인 메블라나의 영묘는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하다. 영묘 바로 옆 옛 수도승 학교는 메블라나가 사용하던 물건과 신비주의 학파와 관련 있는 다양한 원고들을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매년 12월 1일부터 보름 동안 메블라나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 신비교단의 활동은 아타튀르크에 의해 금지됐지만 현재도 소수가 신앙을 계승하고 있다. 이스탄불의 오리엔탈 호텔 등에 가면 선무 의식을 비롯해 벨리댄스 등 터키의 민속춤들을 감상할 수 있다.

▲ 바오로성당안에서 미사를 드린후 기념촬영 하는 순례단.
▲ 바오로성당안에서 미사를 드린후 기념촬영 하는 순례단.
▲콘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알게 된 터키이야기=성지순례단은 지금 토로스 산맥을 지나고 있다. 터키의 일반 도로 버스 제한 속도는 시속 90㎞이고, 고속도로는 110㎞이다. 으스파리타라는 곳은 장미와 사과와 체리가 많은 도시다. 터키는 나무가 많은 나라인데 특히 장미가 많아 거리 곳곳은 장미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터키에서 밤에 느끼는 추위는 뼈 속으로 파고들 정도라는데 순례단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치는 계절에 갔으니 이런 추위는커녕 우리나라 한여름날씨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낮에는 매우 무더웠다.

터키의 검은 베레모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코만도'다. 터키는 특히 사과차가 유명하다. 투명하고 깜찍하게 생긴 작은 유리잔에 담겨진 맑은 황금색 사과차 맛이 일품이다. 식후 디저트로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터키 거리의 겨자꽃은 유채꽃보다 색깔이 진하다. 노란 빛깔 겨자꽃을 보고 있으면 향기와 더불어 기분이 매우 유쾌해진다. 유채꽃 기름은 카놀라이유라 하는데 터키에서는 소나무벌꿀이 인기가 많다. 터키의 전통술은 '라크'라고 하는 백색술인데 투명한 유리병속에 담긴 라크는 포도 증류주로 45도나 되는 독한 술이다. 라크에 물을 부으면 물 반, 술 반 섞인 술이 우윳빛으로 바뀐다. 공항 면세점에서 진품을 살 수 있다.

'타오시시'는 닭고기 케밥으로 숯불에 구워먹는다. 터키에서는 숯불에 굽는 음식 형태를 전부 '케밥'이라고 한다. 터키 식사는 보통 스프와 야채 샐러드, 케밥과 과일 순으로 나오는데 과일은 수박이나 체리, 오렌지, 올리브 등이 많이 나온다. 터키 사람들은 유기농 재배를 하고, 옷은 길게 입는다. 머리가 긴 것은 겸손을 나타낸다.

이슬람은 아랍어로 '복종하다'라는 뜻이다. 단일종교로는 인구 13억명의 세계 최다 종교다. 성스러움을 뜻하는 이슬람 원년은 612년이다. 이스라엘이 집단농장인 키부츠 생활로 공동분배 했듯이 터키는 움막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게 바로 이슬람의 시작이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을 '무슬림'이라 한다. 무슬림도 '복종한다'는 뜻이다. 이슬람에서는 알라 이외에는 우상숭배라고 말한다. 얼굴 들고 예배드리는 것도 우상숭배다.

이슬람에서 가장 큰 죄는 우상숭배하는 것이다. 이슬람은 메시야를 훌륭한 예언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들이 돔으로 되어 있는 것은 소리 전달이 잘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페라하우스는 거의 다 돔으로 돼 있다. 오스만제국의 술래이만은 아랍어로 솔로몬이고 이사베이는 예수님, 무쇠는 모세, 에브러햄은 아브라함, 술탄은 임금이란 뜻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늘 사원이 있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은 완전함, 일체감, 소속감을 나타낸다. 이슬람 여인들이 얼굴만 내놓고 다른 곳은 다 가리고 다니도록 하는 보자기가 '차도르'이고, 눈만 내놓고 다 가리는 것은 '히잡'이라 한다.

터키 콘야=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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