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하스지역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고급 리조트 모습. |
이런저런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관광산업은 오늘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매달리는 유망직종이다.
나라뿐만 아니라 조그만 자치단체도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전 세계가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대부분의 국제공항에는 외국에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물론 이들 전부가 관광객은 아니겠지만)
이처럼 관광산업이 인기를 끄는 것은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탁월한 다목적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돈도 벌고 내 나라 내 고장 선전까지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유망직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나라가 있으니 프랑스, 스페인, 미국, 터키, 중국, 이탈리아 등이다.
미국을 제외한 이들 나라들의 공통점은 역사가 깊고 문화유산이 풍부하며 자연풍광 또한 뛰어나다는 점이라 하겠다(미국은 대자연과 함께 세계최강국이며 현대문화자산이 풍부하다).
스페인은 세계3대 관광대국으로 작년에는 4위로 밀려났지만 그래도 전 세계에서 5600만명 내지 5700만명의 관광객이 스페인을 찾았다고 한다.
지난 7월 MBN은 미국인구통계국이 올해 한국 인구를 4875만5000명으로 추계했다는 보도를 했는데, 우리나라 인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을 찾은 셈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바르셀로네타 해변 중앙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기념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보인다. |
강렬한 태양아래 지중해가 있는 해변 가에 정말 그림 같은 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휴양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고 느껴졌다.
말라가로 가는 길목에서 본 리조트지역 역시 조금 과장하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주는 그런 휴양도시로 보였다.
해변 가의 나지막한 구릉지역에 그림처럼 자리한 리조트와 호텔을 보면서 일행들은 그저 부러운 눈길을 떼지 못했다.
말라가를 중심으로 한 이 일대는 '코스타 델 솔' 즉 태양의 해안으로 불리는 유럽남부의 대표적인 휴양지역으로 이곳에만 전 세계에서 35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말라가는 국제선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국제도시이기도 하다.
말라가공항에는 자가용 제트기만도 200대에 육박해 이곳을 찾는 부호들의 재력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버스에서 본 말라가의 어떤 고급리조트에는 헬기가 내릴 수 있는 표시도 있었다.
정말 세계의 부호들이 이곳에서 휴양을 즐긴다는 말이 실감되는 광경이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수 훌리오 이글리아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예술가는 물론 부호들의 리조트가 다 이곳에 있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니겠지만, 실제로 이날 밤 말라가 해변의 간이주점에서 만난 영국인은 이곳이 너무 부럽다고 말하면서 내년에는 가족과 함께 다시 오겠다며 기분을 냈다.
이처럼 말라가를 비롯한 코스타 델 솔 일대의 지역이 세계적인 휴양도시로 인기를 끌게 된 요인은 무엇보다 이곳의 치안상태가 양호해 신변이 안전하고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지중해의 짙푸른 바다와 작열하는 태양이 떠있는 맑은 하늘은 북유럽의 음울한 날씨와는 대조적이어서 이들 북유럽인들을 유혹하고도 남는다.
뿐만 아니라 말라가와 미하스만해도 시내의 거리와 공원에는 남국풍의 꽃들과 아열대식물이 관광객을 반기고 있었으며 어디를 가도 스페인 특유의 문화유산이 풍부하게 자리하고 있어 눈을 만족시켜주었다.
말라가에는 피카소의 생가와 미술관 그리고 그가 영세를 받은 산티아고 성당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어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바르셀로네타 해변 전경. |
정말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곳 코스타 델 솔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여행일정이었다.
스페인은 1960년대부터 관광산업에 눈을 돌리고 국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1940년대까지 빈곤의 시대를 겪었던 스페인이 관광산업에 눈을 돌리면서 비로소 가난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스페인내란을 겪으면서 정권을 잡은 프랑코의 입장에서 스페인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일은 그의 제1의 현안이었다.
이런 프랑코에게 관광산업은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스페인의 관광산업은 신경제정책의 일환이면서 동시에 개방정책을 뜻하는 것이었다.
가톨릭의 근엄한 분위기 속에서 스페인의 관광산업은 초창기 팔목이 노출되는 투피스 차림의 수영복마저 주교들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스페인정부는 1960년부터 외국자본유치는 물론 관광객 유치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페인은 다르다'고 선전하면서 유럽국가의 중산층들도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내고 태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1970년대에 들어서 연간 3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관광수입만도 30억 달러에 이른다.
이제 스페인에는 예술성이 풍부한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지중해 연안의 해변과 햇빛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넘쳐난다.
관광산업의 호황은 60만명의 계절노동자가 고용된다는 것과 건설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강혁 지음, 스페인 역사 100장면에서 )
이 같은 스페인의 관광산업 역사를 보면서 필자는 여기서 어떤 힌트를 얻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 스페인의 이곳 코스타 델 솔에는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
기후, 볼거리, 즐길 거리에 안전함까지.
그렇다면 우리도 그 흉내를 내지 못하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지니고 있다.
한여름에는 뜨거운 태양과 봄·가을에는 청량감이 느껴지는 하늘을, 겨울에는 눈내리는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기후가 있다.
다음으로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우리만의 건강식품이 즐비하다.
문제는 아직 볼거리가 관광대국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 역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5000년의 역사와 K-팝으로 대변되는 우리 문화를 잘 접목하면 세계인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자치단체의 의지와 아이디어가 관건인 것이다.
관광산업의 부작용도 있겠지만, 고용효과 면에서 관광산업만큼 효과가 큰 산업도 드물다.
이런 관점에서 대전·충청권의 관광산업은 얼마든지 그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관광대국 스페인의 오늘날 초라한 경제위상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지는 여행길이었다.
글·사진=조성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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