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을 가리는 대학 평가가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의 단순수치로 결정되면서 학문의 바탕이 되는 인문계열과 이공계열 학과가 대학 교육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4일 지역대에 따르면 인문계열 학과들의 신입생 모집 경쟁률이 다른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고 있다.
최근 수시 1차 모집을 마감한 지역대들의 학과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대전대 국어국문ㆍ창작학부(일반전형 기준) 4.92대 1, 철학과 5.00대 1, 중국언어문화학과 3.73대 1 등으로 인문계열 학과의 상당수가 학과 평균 경쟁률인 6.57대 1보다 낮았다.
목원대 프랑스문화학과는 2.73대 1, 중국학과 2.85대 1로 다른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평균 경쟁률 6.13대 1을 기록한 배재대도 국어국문학과 5.00대 1, 영어영문학과 3.76대 1, 러시아학과 4.67대 1 등으로 평균 경쟁률보다 떨어졌으며, 한남대도 철학과 5.20대 1, 영어영문학과전공 6.13대 1, 국어국문학과 6.86대 1, 수학과 3.63대 1 등으로 평균 경쟁률(7.06대 1) 보다 낮았다.
이처럼 기초학문 관련 학과들의 경쟁률이 저조해 지면서 대학들은 경쟁력이 높이기 위한 학과 간 통폐합 등을 고려하고 있다.
졸업 후 취업이 유리한 학과로 변경하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져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높아지는 만큼 대학들이 고육지책으로 학과 구조조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대 관계자는 “정부의 대학 평가가 사학을 취업 양성소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그런 만큼 기초학문까지 사학이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있고, 국립대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국립대마저도 정부의 대학 간 평가로 기초학문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인문학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밭대는 5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매주 1회 교수-학생 독서토론회를 개최한다.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시키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고양하기 위한 것이 목표다. 금강대는 지역민과 대학 간의 문화적 소통과 인문학의 부흥을 위해 ‘금강아카데미-인문학 시민강좌’를 오는 12월 14일까지 매주 수요일 진행한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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