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영화 '도가니' 열풍과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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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영화 '도가니' 열풍과 우리의 과제

[중도시평]김형중 부국장·체육지방팀장

  • 승인 2011-10-04 15:17
  • 신문게재 2011-10-05 20면
  • 김형중 부국장·체육지방팀장김형중 부국장·체육지방팀장
▲ 김형중 부국장·체육지방팀장
▲ 김형중 부국장·체육지방팀장
영화 '도가니'가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정말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도, 트위터에서도 난리가 났다. 정치계는 관련법규를 재정비하겠다고 나섰고 수사기관들은 재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장이 영화를 보고 “충격적이다”란 말로 대신했다.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내내 마음속으로 “으 안돼…”라는 말을 여러번 되뇌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실화여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특히 교장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대신하고픈 소리였다. 가해자 전원이 집행유예가 선고돼 청각장애인들이 울부짖는 장면에선 욕설까지 나왔고 검사가 뒤통수를 쳤을때 더욱 분개했다. 전관예우라는 미명아래 약자의 편에 서지 않았던 사법부에 대한 원망이었다. 무진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아프게 우리 앞에 왔다.

참담한 마음으로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영화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영향을 끼친 것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도가니는 상당히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우리사회의 잘못된 점을 모두 시사하는 종합세트 같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 영화에는 모두 나온다. 학교는 물론 사법부의 전관예우, 경찰의 무관심과 직무유기, 교육청의 안이한 대처, 기자들의 무관심 등이다.

오죽했으면 경찰에서 광주 인화학교 원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겠는가. 관계자는 “이전에 처벌받은 사람도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외에 추가 혐의가 있다면 다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분노로 가득찬 여론을 의식한 조치였다. 일이 이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뭘 하다 뒷북을 치느냐는 질책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도 기숙사가 설치된 전국 41개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이 달에 장애학생 생활 실태 점검에 나선다. 홍준표 한나라당대표는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로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처벌이 약해진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명 '도가니방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감사장도 열풍이다. 지난달 30일 대전고법·지법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대전지법은 지난해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의자 16명에 대해 전과가 없는 학생이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며 “법원은 피의자의 인신구속을 신중히 해야 하지만, 정작 피해자의 인권과 이를 지켜보는 장애우들의 입장은 무시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대전지법은 직접 피고에 대한 선고를 하지 않고 가정지원으로 송치했고 가정지원은 수능 이후로 선고를 미뤘다”며 “이처럼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은 대전판 도가니 영화를 연상케 한다”고 힐난했다.

우리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 성폭력 사건 발생 및 검거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충남에서 모두 94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충남에서 이같은 사건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 5년간 모두 28건이 발생한 대전지역도 증가세는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현행법상 장애인 성폭력 사건 공소시효는 10년에 불과, 이를 늘리는 한편, 내년 3월부터 적용되는 성범죄 전과자 취업제한 규정에 장애인 복지시설을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슈와 열기는 영화가 끝나면 사라질 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늘 그랬듯이 또 잊혀질 것이다. 그동안 영화의 영향력은 사회의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만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이 영화와 원작 소설이 던진 의미와 반향이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영화에서 시사하는 분야의 종사자들이 한 번쯤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아 사회의 약자를 더욱 보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자도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의 약자 편에 서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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