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진정한 독자가 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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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진정한 독자가 되길 희망하며

[교육단상]이은경 대천여고 사서교사

  • 승인 2011-10-04 14:18
  • 신문게재 2011-10-05 20면
  • 이은경 대천여고 사서교사이은경 대천여고 사서교사
▲ 이은경 대천여고 사서교사
▲ 이은경 대천여고 사서교사
학교는 갖가지 이유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아니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달랜다. 평가에 반영하거나 상을 내걸기도 한다. 어휘력을 길러 수능 언어영역의 고득점을 획득하라거나 스펙을 쌓아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을까? 평가 때문에 하기도 하고, 대학 입시를 대비해 읽기도 한다.

그렇지만,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사서교사의 눈에 정말 행복하게 책을 읽고 감동을 하는 학생은 스스로 발견한 책을 강요 없이 읽고 독후감 쓰는 일로부터 자유로운 독자임을 보게 된다. 서가에서 발견한 책들을 쉬는 시간, 저녁 시간에 읽고, 동서양의 다양한 작가들을 찾아 종횡무진 달리며 만나는 여고생의 눈빛은 별빛보다 빛난다. 막 읽기를 끝낸 책의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서 책을 가슴에 안고 달려와 책 얘기를 풀어내는 책벌레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인다.

이런 흥미와 감동의 세상으로 들어가려면 부모나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에서 부모들은 우선, 그들에게 그 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데려가서 아무런 조건 없이 책 세상을 구경시켜 주는 것이다. 그곳에서 책을 보는 또 다른 또래를 만날 것이고, 그들이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며 가끔은 키득거리거나 소리 내어 음독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그 세상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물음표를 갖거나 느낌표를 얻게 될 것이다. 다음은 아이들이 읽는 책을 함께 읽는 것이다. 책의 종류나 형태가 무엇이건 상관없이 그들이 보는 책에 관심을 두고 먼저 읽거나 함께 읽어 책을 매개로 대화하고 토론 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자식이 부모를 이해하고, 때 묻지 않은 눈과 마음으로 부모의 고뇌를 덜어줄 수도 있다. 그 후에 아이들이 만난 세상에 대해 차곡차곡 기록할 수 있게 넌지시 말해 준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기본적인 책의 사항에서 그 세계에서 만난 것들과 마음속에 생긴 세상에 대해 글로 쏟아내게 하는 것이다. 그림과 글이 섞여도 좋고, 부모가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라도 그들의 표현에 존중을 표해주자.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안내할까? 도서관 시설은 모든 학교가 리모델링을 마쳤기 때문에 문제없지만, 자료나 사서교사의 부재가 문제다. 겉모습만 화려하고 내용이 부실하면 찾는 이가 없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에는 학생들의 호기심과 지적 성장을 채워줄 훌륭한 자료들이 갖춰져야 한다.

도서관학자가 분류한 10개의 큰 주제(한국십진분류법)에 따라 학교의 규모, 학생 수에 따라 자료를 갖추되, 동급의 학교라도 학교가 위치한 곳에 따라 남녀 성에 따라 좋아하고 즐겨 읽는 책의 종류가 다름을 파악하고 그들의 수준에 맞게 자료를 갖추어 준다면 학교도서관은 책벌레들로 붐빈다. 도서구매에서 학생들의 희망도서를 구매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행사도 큰 역할을 한다. 매월 작은 이벤트를 비롯해 계절에 맞고, 학교 교육과정과 어울리게 글쓰기대회를 비롯하여 작가 초청 강연회 등을 적절하게 실시한다면, 학교의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함과 동시에 성장기 청소년들의 지적·정서적 발달을 도모하게 된다. 또한, 자발적 형태의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안내하여 교사와 함께 꾸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올 가을은 그 어떤 해보다 반갑고 값지게 느껴진다. 무슨 일을 해도 좋을 것 같은 계절에 책과 함께 지난 여름 지친 심신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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