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대적으로 국회 의석 수가 적은 충청권은 선거구 신·증설의 분명한 명분과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응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도 충청권의 선거구 신·증설 요구가 대답 없는 메아리로 그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18대 총선 당시부터 선거구 통폐합이 거론됐던 전북 익산시는 최근 인구 늘리기에 행정력을 총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8월말 현재 30만9557명이던 익산시 인구는 지난 달 31만2185명으로 늘어났다. 한 달 새 인구가 2600여 명이나 늘면서 일단 분구 기준 인구하한선으로 예상되는 31만2000명 선을 넘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대학 내에 이동사무소를 설치해 타 지역에 주소지를 둔 대학생들의 전입을 유도하고, 6개월간 주소를 옮기지 않을 경우 2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또 최근 강원도에서는 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원주시 국회의원 선거구 분구 건의문을 채택,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등에게 발송했다.
원주시는 지난 8월말 현재 인구가 31만9575명으로 일단 분구 기준을 넘어선 상태로, '원주시 국회의원 2명 선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군부대와 대학 등을 상대로 '원주시민되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지난달에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인구 하한선 미달로 선거구 통폐합이 예상되는 경남 남해·하동군 역시 기업과 대학에서 주소 옮기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고, 부산시 기장군은 인구 하한선 초과를 명분으로 단독선거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선거구 독립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의원 정수를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 과정이 '줄이고, 늘리고',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되다보니 선거구를 늘리거나 지키려는 지역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오는 21일 공청회를 열어 선거구 획정에 대한 각 정당 등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충청권에서는 정치권은 물론 지역 차원의 결집된 움직임을 찾아 보기 힘들다. 간헐적으로 선거구 증설의 당위성에 대한 구호성 주장만 흘러나올 뿐 누구 하나 나서 지역 여론과 역량을 결집해 현실성 있는 접근 방법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는 지역간 정당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만큼 관철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제대로 여론을 조성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논의과정에 여론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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