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미란 편집팀 차장 |
예로부터 '가난한 살림에는 여름보다 겨울나기가 더 혹독하다'고 했다. 연탄 몇 장과 얼마 안되는 정부 보조금으로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이웃들, 이들에게 어찌 겨울로 가는 길목이 반갑게만 느껴지겠는가.
우리이웃의 '춥지않은 겨울'을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계절, 죽음까지도 '나눔의 불씨'로 남기고 간 고 김우수씨의 사연이 큰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가진 것의 몇%가 아닌, 삶 전체를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기부천사. '나눔은 결코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우쳐줬다.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핑계로 TV모금 프로그램 속 사연에 애써 고개 돌리고 우편함의 적십자 모금용지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나눔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그런데 이렇듯 가슴 따뜻한 사연 반대편에선 아름다워야 할 나눔활동이 구설수와 의혹에 둘러싸인채 논쟁의 중심에 있다. 장애아동의 목욕봉사를 두고 빚어진 서울시장 후보의 '인권침해 파문'과 상대후보의 '대기업 기부금' 의혹. 또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 결코 유쾌하지 않은 그림, 이 모두가 기존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이 쌓아온 불신의 산물이 아닐까?
때(?)가 되어야만 복지시설에 얼굴을 내밀고, 비린내 나는 생선도 거침없이 들어올리며 '친서민'을 외치는 이들. 이익을 좇아 뒷거래도 서슴지 않는 단체들. 이런저런 불편한 진실(?)들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이 그들에게도 과연 '기부천사의 진정성'이 있을지 의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깊어가는 풍경만큼이나 나눔도 더 절실해지는 계절. 사회지도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서민들은 그들을 존경하며 본받는 사회. 그래서 그 누구의 나눔, 어떤 봉사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믿음의 사회를 기약해본다.
황미란·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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