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환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집 밖에 나서면 축제와 만난다' 할 정도로 전국 어디에서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체험거리로 가득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인 823개 축제가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지방행정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축제개최 시기가 봄과 가을에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축제 가운데 67.1%는 봄과 가을에 열리고 있으며 4·5월에 25.7%, 가을인 9~10월이 41.3%를 차지하고 있다. 짐작컨대 10월 한 달에만 200여개가 넘는 축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축제의 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내용중복, 예산과다집행, 차별성 부재등의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축제를 남발하는 것은 자치단체들이 축제의 '마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축제가 지역경제 '돈줄'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5년 이후 자치단체장이 임명제에서 선출제로 바뀌면서 '행정 마케팅' 바람이 일었다. 아카데미의 요람인 대학도 수익을 내야하는 '비즈니스'이듯이,행정도 비즈니스인 바에야 돈되는 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지역농수산품 브랜드 개발과 배타적이고 독점적 사용도 같은 맥락이었고 축제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수단으로 인식하게 됐다.
여기에다 선출직 단체장이 시민(유권자) 접촉의 합법적 통로에다, 자신의 업적 홍보등 축제를 매개로한 정치적 잇속까지 가세돼 축제 남발은 막을 수 없는 추세가 돼버렸다. 다행히 내부적 반성은 아니지만, 2008년 세계경제를 비롯해 국내 경기가 나빠지고 자치단체들이 세수부족을 현실적으로 걱정하게 되면서 축제 수는 2006년 1154개, 2009년 921개에서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813개 축제가 열렸다.
우선 축제의 본래 성격부터 한번 살펴보자. 아다시피 우리의 원시적 축제는 제천 의례에서 출발해 공의(공적인 의식)와 마을굿 두 갈래로 전승되어 왔다. 고려 시대의 공의인 팔관회와 연등회, 나례에서는 산대 잡극과 나희와 같은 가무 백희가 해마다 치러졌고 조선 시대에는 산대희로 이어졌다. 마을굿은 강릉 단오굿, 하회 별신굿과 같은 민간의 축제를 말한다.
이들 축제의 목표와 목적은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데 모아졌음을 알 수 있다.
신분계급사회였지만 각 계층이 이러한 공동체 놀이를 통해 계층 상호간 '공감'과 '통합'의 수단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축제는 문화의 상품화 열풍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명분상으로는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보전·홍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특수성(특산품등) 상업화로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희망과 달리 축제에 들이는 예산투입대비 소득은 신통찮다. 단적으로 각 자치단체가 축제기획을 하면서 밝힌 '경제적 유발효과'의 총합은 20조원이 넘는다.어마어마한 부풀리기이자 전시행정의 본보기에 불과할 뿐 혈세를 펑펑쏟아 붓는 세금도둑이 된 꼴이다.
축제의 중복도 심각한 문제다.
강원도 눈축제는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태백시와 평창군, 속초시까지 가담했다가 속초시가 눈 축제를 불 축제로 바꿨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오징어 축제는 주문진, 울릉도, 장사항 등 4개 지역에서 축제를 열정도로 축제중복이 심각하다. 오죽했으면 정부도 2009년 '지역축제 개선대책'을 발표해 지역에서 축제를 자율적으로 통폐합해 절감한 예산을 일자리 창출에 활용한 사례를 평가해 교부세를 확대 지원한다고 했을까.
주최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아이템과 유형으로 중복과잉된 지역축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구조조정과 동시에 차별적인 콘텐츠개발로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축제는 관광의 특성을 살린 위락, 교육, 심미적이며 일상생활에서 탈피하고 싶은 도피적 요소 등을 두루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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