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사실상 대출을 차단한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연 5.58%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가계대출 잔액 상한선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당시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민가계 대출 차단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대출 중단을 풀면서 사태는 다소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기존 대출 상환을 통해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특판 금리와 지점장 전결금리 등을 통해 대출을 자제하는 등 사실상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연 5.92%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가계대출 문이 좁아지자, 기업대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 위함이다.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가 수요일마다 열리는 전략회의에서 기업대출 실적을 빠짐없이 점검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가계대출 잔액을 전월 대비 0.6% 넘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이 별도의 중소기업 특별금융자금을 지원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신한은행이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리를 낮춰 가계대출에 치중하면서 수익을 올리다가,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당국의 권고에 따라 대출을 축소하면서도 금리를 인상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기업대출 역시 이와 같은 원리로, 금리를 낮춰 줄어든 가계대출의 공백을 채우려는 것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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