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선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충남지사장 |
소위 모기지론으로 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예금,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들을 모두 취급하는 은행 지점을 보유함과 동시에 모기지론만 전담하는 지점도 상당한 규모로 운영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대형 모기지은행을 합병한 점도 그 배경이 됐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모기지론 영업을 소비자가 쉽게 선택하고 소비하는 상품의 일종으로 분류하기보다는 고객에 대한 전문화된 금융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특화된 사업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주택을 구입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선택하고, 새로운 대출로 갈아타거나 필요한 경우 추가 대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주택구입 시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 못지않게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은 대출상담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 연금지급이 종료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보다 특화된 금융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년층이 고객이고 주택상속에 대한 기존 인식의 극복과 가족 구성원들의 후원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특히 상품 홍보 및 상품가입을 위한 상담단계에서 다른 금융상품들과 달리 인내심 있는 금융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주택연금 공급과 관련해 이러한 역할을 누가 담당하고 있을까. 주택연금 공급은 주택금융공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언론매체를 통한 상품홍보, 노인복지관 대상 상품설명회, 다른 공공연금 연계 마케팅, 각종 노년층 행사 참여를 통한 홍보활동, 전문상담사제도 운용 등을 통해 주택연금제도를 홍보하고 실질적인 상담업무를 주택금융공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주택연금 가입 이후 연금을 매월 지급하는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주택연금 가입단계에는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은행권이 상업적인 관점에서 주택연금 상품을 바라보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은행의 자산이나 수입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노년층의 새로운 노후대안으로 우리 사회에 빠르게 정착되고 있지만, 연간 전국적으로 공급되는 주택연금 건수가 3000여 건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 도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주택연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러한 상품 공급구조가 굳어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주택금융공사 이외에 은행권의 적극적인 상품 권유 및 홍보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노년층이 주택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주택연금을 지역 노년층에 대한 노후생활 지원을 위한 은행권의 새로운 공공서비스로 볼 수는 없겠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주택연금제도가 은행들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좋은 수단이 되고 공공서비스 수행의 중요 평가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연금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무장한 은행의 주택연금시장 선점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인식 변화도 함께 따라야 할 것이다. 최근 대전·충남 지역 일부 은행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노년층의 생활안정에도 관심을 두고 주택연금 가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고객에 대해 주택연금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권의 주택연금 가입의향고객 발굴과 주택금융공사의 전문적인 상담서비스 제공이 연계된 새로운 상품 공급체계가 빠르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주택연금은 단순한 상품이라기보다는 노후생활 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특화된 금융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사업 성격이 강하다. 은행권이 주택금융공사와 함께 지역 노년층을 위한 공공서비스 강화 관점에서 주택연금 사업에 적극 참여할 때 주택연금이 더 빠르게 우리 사회에 정착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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