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성 관념을 심어주고 교육해야 할 장애인 학교에서 이런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졌다. 제도적인 보완부터 시급하다. 법 개정이 선행돼야겠지만, 지역사회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도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보완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이 학교와 관련해서는 대전 장애인체전 때 발생했다는 학생 간 성폭행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표면에 드러난 실체만으로도 장애인 시설 및 학교 현장의 성폭력 예방과 지원 시스템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던 해인 2005년에만 여성 청각장애인의 성폭력 상담 건수가 170건에 이르렀다. 여성 장애인 대상 성범죄 신고건수는 지난해 320건으로 뛰었다. 성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장애 여성들은 한마디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감동이나 분노로만 끝낼 일이 아닌 이유다. 흥행가도를 달리는 영화의 배경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기에 그렇다.
사실 이 일이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질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재판도 했고 방송의 고발 프로그램으로 보도됐다. 해당 지역 지방의회에서는 토론회도 열렸다. 그러나 사건 연루자들은 학교에 복직됐다. 해당 지역 경찰, 법조계는 무엇을 했기에 이런 어이없는 일이 가능했을지 의아스럽다. 이제야 부각되는 것 자체가 사회적 무관심의 결과다. 소위 '도가니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법석인 정치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같은 성범죄는 청각 장애 여성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성폭력 범죄의 주요 타깃인 지적장애 여성은 물론 시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 모든 장애 여성들이 추악한 성범죄에서 놓여나도록 항구적이고 확실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들의 인권에 대해 청원하고 분노하는 지금의 집중적인 관심을 살려가야 할 것이다. 관련법 정비와 재발 방지 등 장애학생 인권 개선 전반에 정책이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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