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흔들리는 원도심 상권
2. (르포)공공기관 빠져나간원도심 지금은…
3. 겉도는 도청사 활용안
4. 대전시 활성화 사업도 표류중
5. 도청 부지비용, 특별법 제정 정치권 나서야
6. 각계 전문가 의견
▲ 옛 대전법원과 지방검찰청이 있던 선화동은 오후 7시만 돼도 상당수의 상점이 문을 닫는 등 10년째 상권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대전지방법원과 대전지방검찰청 등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둔산지역으로 빠져나간 대전 중구 선화동 지역. 29일 기자가 찾아간 이들 공공기관이 있었던 건물은 대전세무서와 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이 들어섰지만 주변 상권은 좀체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과거 법원·검찰 공공청사가 있을 때는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이 즐비해 주변 상권은 호황을 누렸으나 지금은 주변 사무실 매매가격이 10년 전 임대료 수준까지 떨어져 있었다.
높지 않은 5~6층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은 하나같이 '임대'와 '사무실 이전'을 알리는 큼지막한 안내문을 이마에 붙인 듯했다.
이곳에 즐비했던 변호사 사무실은 법원·검찰청사를 따라 둔산쪽으로 떠났고 여행사, 보험사, 방문판매 회사들이 그 자리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세무서 앞에 위치한 지상 7층의 현대빌딩 김성중(54) 관리소장은 “이곳 빌딩들은 법원과 검찰청이 빠져나가고 10년이 지났지만, 상권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과 검찰청이 있을때 평당 임대료가 연간 1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돈으로 사들일 수 있을 정도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이곳의 사정은 양호한 편이었다. 5층의 다른 건물은 공실률 30%이며 또 다른 6층의 빌딩은 공실률이 40%를 육박했다. 이곳 모두 법원·검찰청이 있을 당시 변호사, 법무사 등 법조 업무 사무실로 가득 찼던 곳이다.
대로변의 빌딩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이면도로를 조금만 들어가면 무너진 상권의 모습을 뚜렷이 드러냈다. 점심시간 직장인과 관공서를 찾은 민원인들로 과거 물결을 이뤘던 음식골목에는 드문드문 한두 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눈치 빠른 상인은 이미 선화동을 떠나 둔산이나 유성지역으로 옮겨간 상태고 그들이 남긴 간판은 먼지만 쌓여 흘러간 세월을 상징했다.
선화동에서 테이블 14개 규모의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박한순(55)씨는 “하루 장사해서 30만~40만원을 벌어 현상유지하던 때도 옛날이 됐다. 이곳에서 과연 장사를 더 해야 할 지 고민스러울 정도”라며 “주요 관공서가 나가고 주변에서 업무를 보던 이들도 떠나면서 이곳은 저녁 7시만 되면 암흑처럼 썰렁해진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면도로의 무너진 상권을 상징하듯 골목 이곳 저곳에는 상가를 제치고 원룸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상가는 임대도 어렵고 장사도 안되니 주거용 임대건물로 전환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원룸은 충남도청 주변과 선화동의 상점가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한 때 대전에서 왁자지껄하며 잘 나갔던 장소엔 이제는 고요한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영향을 연구해 논문발표한 목원대 도시공학과 김혜천 교수는 “시청과 법원·검찰청 등이 비슷한 시기에 이를 대체할 기관에 대한 논의없이 빠져나가 공동화를 낳았던 것은 충남도청 이전 논의의 학습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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