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하섭 문학평론가·전 단국대 부총장 |
그가 얼마나 우리들 주변의 인맥(人脈)에 대한 계보(系譜)를 꿰뚫고 있으며 보학(譜學)에 밝은가를. 그리고 범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억력을 소유한 분이라는 것을.
송교수와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가 얼마나 우리의 산과 들과 계곡과 마을과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특히 역사의 뒤안길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설화들을 기억하고 있는가를.
송교수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각기 다른 대학에서 취득했고, 지역도 각각일 뿐만 아니라, 교직생활도 여러 곳을 경험했다. 그의 특별한 친화력과 화술은 거쳐 온 곳의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지식들을 축적했다.
그는 문학평론이 전공이지만 고전문학, 어학 등 국문학 분야는 물론 역사 철학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들었다. 특히 근래에는 향토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력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송교수는 이번에 전공 이외에 그동안 섭렵해 온 많은 분야의 단편적인 지식을 총 동원하여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를 출간했다. 우리들이 일상 사용하면서도 그 말의 어원이나 내력을 알 수 없었던 단어나 어귀 190개를 설명해 놓은 것이다.
그가 희수(喜壽)를 맞으면서 농익은 생각과 언어로 마치 사전을 쓰듯 명쾌하게 서술한 내용들이어서 읽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물고기, 음식물, 인물, 풍속 속담, 계절, 생활용어, 불교용어, 비속어에 이르는 여덟 개 분야에 걸친 것인데 이를 통하여 우리들의 상식을 크게 넓힐 수 있으며 우리말의 묘미를 십분 즐길 수 있다.
송교수와 낯익은 사람들은 마치 대폿집에 그와 마주 앉아 큰 소리로 담소를 나누면서 그의 해박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일 것이며, 혹 평소에 교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원 풀이에 한없는 신기를 느낄 것이다.
이 책에도 '대폿집'에 대한 설명이 있다. '선술집', '목로집'이라고도 부르는 대폿집의 정경을 설명하면서 큰바가지를 가리키는 '대포(大匏)'에서 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흔히 대포하면 화력이 큰 무기인 총을 상상하기 쉽지만 사실은 한자어에서 유래했음을 알게 해 준다.
책 제목에 걸맞은 그야말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정력적인 탐구심은 아마도 제2, 제3의 재미있는 우리말 책이 계속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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