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선진국에서 큰 문제가 될 만한 이슈인 대형마트에서 수입산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거나 유통기한 변조 등은 우리사회에서는 그다지 큰 화제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마이클 샌델은 우리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가 주장하는 정의(Justice)는 극단적 이윤 추구(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기업의 책임을 다하면서 돈벌이가 되는 사회, 즉 정의와 책임이 밥 먹여주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투자'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티븐 M R 코비는 신뢰의 속도에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을수록 일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져 삶이 윤택해진다는 것을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대한 연구결과를 기초로 발표했다. 그는 우량기업의 초고속 성장 원동력을 '신뢰의 속도'로 규정하고, 고객과의 신뢰가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내는 핵심가치임을 실증해냈다.
오늘날 기업의 사회활동과 사회의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은 기업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G20 서울 비즈니스 서미트의 4대 의제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포함되었을 정도로 CSR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엔론(Enron) 월드컴(Worldcom) 등 미국기업들의 잇따른 회계부정사건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이는 경영성과가 아무리 높아도 기업윤리 의식이 희박할 경우 시장과 사회로부터의 신뢰를 상실하여 결국 기업이 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엔론사의 파산을 계기로 미국기업 전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부정회계와 최고경영층의 비윤리적인 행위 등은 법이나 제도가 결코 만능일 수 없으며 기업들의 자발적인 준법정신과 윤리준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엔론사의 경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포춘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America's Most Admired Company)의 에너지 부문에서 1999년과 2000년 2년연속으로 1위를 차지해 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던 식품회사 유키지루시(雪印)는 사용이 금지된 원료를 사용하다 적발되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연매출 5000억엔에 108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한때 일본 최고의 식품기업으로 사랑 받던 기업으로 2002년, 설립 77년만에 도산하였다.
자본주의 4.0은 영국의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가 저술한 책이다. 자본주의 2.0시대는 정부가 중심이었고, 3.0시대는 시장이 중심이다. 여기에 앞으로 도래할 4.0시대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강조하되 시장 참여자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로 정의했다.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따뜻한 자본주의'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4.0 시대에도 기업에는 많은 이익을 올려야 한다. 단 '+'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나눔과 배려,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공동체(사회)구성원들을 감동시켜야 되고 그래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구미선진기업들의 전통적 기업모델은 이익극대화다. 단 경영의 투명성하에서의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되,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영성과, 즉 이익 극대화 부문만을 주목했을 뿐, 그들이 그 경영성과의 과실을 어떻게 사회와 함께 나누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돈을 값지게 쓰는 방법' 또한 간과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윤리다. 한국경영학계에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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