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여인' 오청취당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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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여인' 오청취당을 아시나요

배재대 문희순 교수, 조선 여류문인 삶 조명

  • 승인 2011-09-28 18:34
  • 신문게재 2011-09-29 23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여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으나 할머니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고통스런 유년시절을 보낸 한 여인이 있었다.

스물두 살에 몰락 양반집으로 시집가 두 아이를 낳았으나 생때같은 자식을 연달아 잃고 구곡간장이 끊어지는 슬픔에 몸부림친다. 다시 아들을 얻은 기쁨도 잠시, 강보에 싸인 핏덩이 자식을 두고 이 여인은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신선이 되어 날아갔다.

소설같은 삶을 살다간 조선시대 비운의 여인 오청취당이 300여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 가난과 병마, 고독에 몸부림치던 그녀의 29년이란 짧은 생을 오늘로 불러낸 사람은 문희순 배재대 연구교수다.

문 교수는 1704년 경기도 안성(현 평택시 포승읍)에서 태어나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로 시집와 7년의 결혼생활을 한편의 꿈처럼 살다간 오청취당이 남긴 182수의 한시를 만나며 그녀의 삶과 문학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번역작업을 시작했다.

▲ 문희순 배재대 교수가 조선시대 비운의 여류문인 오청취당이 남긴 182수의 한시를 번역해 눈길을 끌고 있다.
▲ 문희순 배재대 교수가 조선시대 비운의 여류문인 오청취당이 남긴 182수의 한시를 번역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청취당을 조선시대 허난설헌과 우리지역 대표 여류문인 김호연재에 버금가는 여성작가로 평가한 문 교수는 “허난설헌이 시댁과 친정의 든든한 배경을 지닌 중앙의 인물이라면 김호연재는 비록 향촌에 살지만 동춘당가의 며느리로 조명 받기 충분했다”며 “그러나 오청취당은 후미진 시골에서 나고 자란데다 남편마저 변변한 벼슬이 없어 당나라 시풍의 시세계를 펼치고도 당대에 이름을 날릴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가 수습 번역한 오청취당의 시는 모두 182수로 규방에 갇혀 살아가는 여성의 고뇌,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인생의 희로애락, 규중칠우와 문방사우 등을 소재로 자신의 현실과 꿈, 이상세계를 재기 넘치는 문장력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문 교수가 꼽은 청취당 시의 백미는 임종을 앞두고 스물아홉 짧은 자신의 생을 96수 672자로 정리한 고시 '병중에 회포를 펴 스스로를 위로하며'인데 그녀의 자서전이자 강보에 싸인 어린 아들에게 남긴 유서와도 같다.

▲ 청취당집
▲ 청취당집
병석에 누운 몸으로 먹을 갈고 붓을 곧추세워 자신의 출생과 어린시절, 시집살이, 이상, 꿈 등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시는 읽는 이들을 구절마다 사무치게 할뿐 아니라 청취당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

가문에서 조차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오청취당을 문 교수가 조선시대 뛰어난 여류문인으로 되살려냈다면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 씨는 그녀의 시에 음악으로 생명을 불어넣었다.

청취당의 시를 읽고 감동한 임 씨가 국악정가로 만든 '달밤', '봄의 일', '달을 사랑함', '객과 더불어 노는 아우에게'등 4곡은 오는 10월 10일 저녁 7시 서산시 부춘산 옥녀봉 단군전에서 '임동창 풍류 오청취당의 꿈'이란 공연으로 선보인다.

“청취당의 삶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다가 시와 음악, 공연이 함께 펼쳐지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는 문 교수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삶 같지만 돌아보면 내 할머니, 내 어머니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그녀의 삶을 재조명하고 우리나라 여성문학사에 새로운 획을 그려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연희 기자·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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