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공계 기피, 보다 근본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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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공계 기피, 보다 근본 대책을

  • 승인 2011-09-28 18:18
  • 신문게재 2011-09-29 21면
충남대 이공계열의 자퇴생 수가 작년보다 26%나 늘었다는 보도다. 충북대는 자퇴생 10명 중 7명이 이공계 학생이라고 한다. 비이공계열 학과로 옮기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공계 엑소더스'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는 이공계가 차세대 주인공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은 실로 우려할 만하다.

사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지역만의 일도 아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자퇴를 하거나 비이공계로 옮긴 국·공립대 이공계 대학생이 3만3000명을 웃돈다. 이런 상황이 더 심화되면 앞으로 우리 산업 전반에 심각한 위기가 몰아닥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공계와 관련된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선 뾰족한 타개책이 나올 수 없는 비상국면인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공계 출신 고위공직자 특별채용, 대통령 과학장학생 선발 등 갖가지 지원정책을 내놓고 이공계 우수 인력 확보에 힘을 쏟아왔다. 그럼에도 우수 학생들이 '기술자'를 택하기보다 의·치대로 몰리고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이공계의 미래가 불안한 까닭이다. 외환위기 시절 이공계 연구원들이 대거 실직하는 사태를 본 젊은이들이 과학기술분야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경기가 나빠지면 연구개발비나 산학협동 예산부터 없애버리는 이공계 경시풍조가 남아있는 한 어떤 대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대학,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인력 확보 방안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 지원책은 기초과학 및 기술 분야 종사자의 장래를 보장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과학기술 인력에 국가 성장의 중추 역할을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한다면 이공계 기피현상은 절로 사라질 것이다. 과학기술 현장에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실질적인 유인책이 절실하다.

'W 이론'으로 유명한 울산과학기술대 이면우 석좌교수는 몇 년 전 “이공계 교육의 위기를 얘기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공계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기다. 살고 싶으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죽고 싶으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그냥 놔두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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