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남 본사 주필 |
보도에 따르면 20일 열린 국회 문화재청 국감에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해 5월 '아리랑'이 중국의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며 “한글, 김치 등과 같은 소중한 우리 문화 국보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서둘러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충격과 함께 우리의 문화 전반에 대한 재인식과 이를 세계 속에 각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경제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중국은 벌써부터 문화국가로서의 패권확보를 위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오랜 문화적 전통을 지닌 중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문화의 힘을 잘 알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이란 구상도 결국 역사와 문화측면에서의 중국부각이며 아리랑의 문화유산등재 같은 '문화재공정'도 결국 문화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승부수가 던진 결과에 다름 아니다.
한선교·장병완 의원이 문화재청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2006년, 2008년,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을 작성하면서 조선족 무형문화유산 13건을 함께 등재했다. 1차등재가 이루어진 2006년 5월에는 조선족 농악무와 널뛰기·그네가 포함됐고, 2008년 6월 2차에서는 조선족의 퉁소, 학무, 장고무, 삼노인 공연극, 회갑연, 전통혼례, 의복 등을 등재했다. 이어 지난 5월 3차 등재로 아리랑과 함께 가야금예술, 판소리, 조선족 회혼례 등 3건이 추가됐다. 우리 문화라고 생각하던 유산의 대부분이 이미 중국의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한선교 의원의 지적대로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이 조선족 김치, 한글도 언제든 자신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이처럼 우리의 문화유산까지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이유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문화를 통해 세계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유산은 나라와 민족마다 그들의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지금까지 그 속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후손들이 물려받아야 할 정신적·물질적 자산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유네스코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을 발굴·보호·보존하기 위해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했다.
또 무형문화유산이 전통문화인 동시에 살아있는 문화란 점에서 1997년 29차 총회에서 산업화와 지구화 과정에서 급격히 소멸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자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제도'를 채택했으며 이에 앞서 1995년에는 인류가 남긴 소중한 기록물 보존을 위해 '세계기록유산' 제도를 실시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종묘제례를 비롯한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등 11개의 인류무형유산을 등재했고 훈민정음과 최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9개의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했다.
세계 각 나라가 경쟁적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자국의 유·무형문화유산을 등재시키려 하는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문화가 국제적으로 공인받으면서 손쉽게 홍보효과를 얻는 한편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 모아 수입도 올릴 수 있게 된다. 중국이 우리의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연유한 것이다. 중국은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면서 이미 국가적으로 세계문화유산관리에 힘을 쏟아왔다.
이 같은 중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노력에 대해 우리의 현실은 아직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차치하고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은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도 우리 선조들의 삶의 궤적에 대해서 갈수록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문화는 눈에 보이는 유물도 있지만,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거나 정신적으로 면면히 이어온 유산도 적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정신적 유산과 유물이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사라질 위기에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번 아리랑사태가 우리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이에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눈감으면 코 베가는' 현실이 문화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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