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앉은굿 - 충청지역의 독특한 굿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앉은굿 - 충청지역의 독특한 굿

  • 승인 2011-09-27 14:15
  • 신문게재 2011-09-28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지금은 여러 가지 종교들이 정립되고 전문 의료기관이 생겨나서 의료혜택을 받으며 산다. 그러나 이전에는 행복과 평안,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굿이었다. 지금은 미신이라 하여 백안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문화의 한 요소로 중요한 학술적 조사연구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와 선조들의 생활속의 애환과 건강과 행복을 갈구했던 생생한 심성들이 담겨 있다.

이러한 굿은 지역에 따라 독특한 속성을 띠고 있다. 굿의 요청자이며 수혜자인 지역사람들의 사회적 품성을 닮아 있다. 충청지역의 앉은굿이 그렇다. 예로부터 충청도 양반이라는 품성을 닮듯이 굿도 다른 지역과 다른 특성이 있다. 보통 우리가 굿이라고 하면, 신내린 분들이 방울이나 칼 등 여러 가지 무구들을 갖추고 춤과 노래로 신명을 돋우고 긴장감이 돌도록 선채로 하는 굿을 말한다. 그런데 충청지역의 굿은 앉아서 경을 읽는다. 경을 읽는 것도 독특하지만 굿을 하는 장소에 신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설치하고 전쟁터의 병영을 모방하여 군사들의 효율적인 진영배치로 전투력을 배가 시키고자 하는 병법을 응용하는 여러 가지 진법과 진도 그리고 귀신을 감금하는 감옥역할을 하는 용수 모양을 한지로 만들어 설치한다. 이를 설경이라 한다. 앉은굿은 이러한 독경과 설경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루어진다.

앉은굿은 굿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안택굿, 병굿, 살풀이굿, 산신굿, 성황굿, 칠성굿, 천신굿, 용신굿, 사령제, 사혼제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정의 행복을 축원하는 안택굿과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병굿, 특히 귀신이 들린 것으로 여겼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귀신을 잡아가두고 위협하여 쫓아내서 다시는 범접을 못하게 하는 미친굿 등이 대표적인 굿이다. 안택굿은 신명을 맞아들여서 찬사를 통해 능력의 시현을 간구하고 공수로 신의 의지표현을 확인하고 감사한다. 조상신과 잡신들을 잘 먹이고 위로하여 각각의 자리로 되돌아가도록 하면서 굿을 마친다. 병굿(미친굿)은 의료시설 부족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 빈번하게 이루어지던 굿으로, 지금도 병·의원에서 병명을 못찾거나 뚜렷한 효과를 못본다거나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 굿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정신병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했는데,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이 신명이나 귀신 때문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어서 병을 낫게 하려면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러한 앉은굿에서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추구했던 역사성과 사람들의 독특한 품성과 체취, 사유체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