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6)씨가 26일 오후 충남도청 대강당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명사특강에 참석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여기서 이렇게 연주할 수 있게 초대해 주신 꽃미남 도지사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네 손 가락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이희아(26)씨는 26일 충남도청 대강당에서 이렇게 인사한 뒤 연주를 시작했다. 이날 희아씨는 햇볕 좋은 가을 오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중 '기뻐하며 경배하세'를 시작으로, 쇼팽의 '강아지 왈츠', 파헬벨의 '캐논변주곡' 등 주옥같은 선율을 선사했다.
객석에 앉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권희태 정무부지사, 박성진 자치행정국장 등 도 간부와 직원 등은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때론 눈물을 훔치며 희아씨의 작은음악회에 빠져들었다.
이어 희아씨의 어머니 우갑순(56)씨가 무대에 올라 희아씨 옆에 섰다. 우씨는 “희아는 어릴 적 괴물이라며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상처를 받지 않았다. 이것이 희아가 가진 장점”이라면서 “상처를 주는 사람이 스승이고, 우리를 넘어뜨리는 것이 바로 후견인”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신의 딸을 통해 강조한 것이다.
우씨가 객석으로 돌아간 뒤 희아씨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했다. 이 곡은 손가락 10개가 모두 성한 사람들도 연습을 하다 대부분 그만둘 정도로 어려운 곡이지만, 6년 동안 끈질기게 연습한 희아씨는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희아씨는 이어 세느빌과 투상의 '가을의 속삭임', 한국민요 '아리랑변주곡' 등을 연주하고, '넌 할 수 있어' 등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고, 매 곡마다 희아씨가 연주를 마치고 건반에서 손을 떼는 순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리고, 희아씨와 관객들은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작은음악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안희정 지사와 권희태 정무부지사, 여직원 몇명이 무대 위로 올라갔고, 안 지사는 희아씨 옆에 쪼그려 앉아 함께 열창했다.
안 지사는 “희아씨와 어머니를 처음 본 건 봉하마을에서였다. 모녀는 단순히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우리에게 간절하고, 또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며 “그들은 영혼이 자유롭고, 내가 나답게,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희아씨의 작은음악회는 안 지사의 제안에 따라 명사특강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공주 동곡요양원 장애인 10여 명도 초청했다.
/최두선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