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13·15대 국회의원 |
① 전국적 순환단전을 했으면 왜 사전에 예고하지 못 했는가? ② 제대로 예고했었다면 단전으로 인한 피해는 동요 없이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나? ③ 단전 이후에 일고 있는 천문학적 배상청구소동은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④ 발전용량이 부족한 상황하에서 혹서로 인한 급격한 전기사용이 문제였는데 왜 그 난중에도 비상발전이 예비된 대형 고수조(高水槽)양수발전과 화력발전소도 긴급발전을 하지 못했는가? ⑤ 예고도 단전 이전에 해야지 단전 이후에 해명해봐야 정보매체인 TV가 꺼진 상태에서 주민생활은 더욱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등의 의문점이 생긴다.
나는 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유성구 노은동 리슈빌 아파트)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단전을 겪었다. 우선 촛불을 켜고 고층아파트에서 동네를 살펴보니 우리 아파트 뿐만 아니라 그 지역 전체가 단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로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왜 자동으로 비상발전이 안 됩니까?”
“전력관리상 자동 비상발전을 수동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빨리 수동으로 비상발전을 해 주세요.”
비상발전은 가구당 거실에 준비된 한 개의 비상백열등이 켜지고, 계단의 비상등이 켜지고 엘리베이터가 정상으로 가동되고, 수돗물이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TV, 각종 가전기구(냉장고, 세탁기, 전열기, IT기기 등)는 비상발전기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발전기용량한계)
촛불 아래에서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 하세요” “전기가 끊겨서 수돗물이 안 나오는데요” “수조가 옥상에 있으니까 수돗물은 나올 거예요.” 결과적으로 비상발전이 가동된 것은 정전 5분 뒤의 일이다.
정전 이튿날 나는 우리회사가 최근에 지은 아파트의 정전사태이후 비상발전상황에 대하여 점검해 보았다. 전국적으로 산재한 아파트단지는 총 23개 단지였는데 실상 그 절반인 11개 단지만 단전이 되었고 12개 단지는 단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전된 11개 단지 중 내가 살고 있는 리슈빌 1호는 이미 관리일체가 주민자치로 넘겨진 후인지라 자동장치를 수동장치로 임의로 바꾼(절전)뒤였지만 정전이후 5분 만에 수동으로 자가발전을 했던 것이며 나머지 10개 단지는 자동으로 자가발전이 이루어져 큰 혼란은 없었다. 과거의 옥상수조형이 지하수조형으로 변경되고 있는데 부스터펌핑(booster pumping)장치로 비상발전기시스템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이번 정전사태에도 정상으로 가동되었다고 한다.
우리집에는 두 개의 에어컨이 있는데 올 여름 동안 절전(전기요금절약)차원에서 플러그를 빼고 한 번도 가동한 일이 없다. 나는 이번 정전사태 이후 밀어닥치는 손해배상청구러시를 보며 한전과 정부에도 큰 문제가 있지만 전기천국에 사는 주민(국민)도 반성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단전현상이 벌어진 다음날의 기상(폭서)은 단전한 날보다는 조금 누그러졌는데, 그 날의 전기수요는 전날보다 더 심한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의 쓰나미사고와 6개의 원전사고로 일본 동경은 절대적 전력부족사태를 극복해야했다. 각 지방의 전력을 도쿄으로 송전하려 했지만 송전계통이 따로따로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장치를 바꾸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리고 비용이 수조원 이상 들어야 한다) 일본정부와 관동지구 전력공사는 부득이 도쿄 일원의 대대적 절전운동을 시민에 호소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평상시의 15% 절전운동이며 순차적 단전방식이었다.
지역별로 1일 2시간 단전제이다. 단전은 교통신호등, 관청, 병원, 공장 등 가리지 않는다. 이 운동 전개후 시민의 협조(고통분담)로 15% 절전운동이 20%절전효과를 보았다는 보고다. 요즘도 도쿄는 반 암흑사회라고 한다. 자연히 자가발전기 주문이 쇄도해서 순식간에 일본의 자가발전기가 동이 났다. 가까운 한국에서 값을 부르는 대로 주며 사갔다. 한국은 자가발전기 특수의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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