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규]또 하나의 심장, 신명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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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규]또 하나의 심장, 신명지심

[중도마당]손창규 대전대 대전한방병원장

  • 승인 2011-09-26 14:04
  • 신문게재 2011-09-27 20면
  • 손창규 대전대 대전한방병원장손창규 대전대 대전한방병원장
▲ 손창규 대전대 대전한방병원장
▲ 손창규 대전대 대전한방병원장
심장이 하나가 아니고 두 개가 있다. 한의학의 교과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의학입문(醫學入門)에 나오는 말이다. 한의학을 처음 공부할 때는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점차 임상경험이 쌓이고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필자 스스로도 인정하게 된 사실이다.

모두가 잘 알듯이 심장은 혈액을 전신에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5 되는 혈액은 심장이 늘어났다가 수축하는 힘으로 순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산소와 영양소 전달도 하고 근육도 힘을 쓰게 된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심장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심장으로 혈육지심(血肉之心)이라 한다. 또 하나의 심장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심장이니 이를 신명지심(神明之心)이라 한다.

힘든 줄도 모르게 일을 잘 할 수 있고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게 느낄 때를 신명(神明)났다고 하는데, 바로 이러한 마음을 주관하는 것이 신명지심(神明之心)이다.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은 일분에 약 60~70회 정도를 개인별로 따로 뛴다. 그러나 신명을 담당하는 심장은 대게는 주위 사람과 어울려 동일한 리듬으로 뛰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신명지심(神明之心)은 서양인에게는 없고 동양인, 특히 우리 한민족에게 주로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족이나 직장에서 구성원의 신명지심(神明之心)이 함께 뛰기 시작하면 못해낼 듯 했던 일도 거뜬히 해낸다. 많은 역사적인 사건에서는 국가적으로 신명지심(神明之心)이 발동한 적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 있었던 장병들의 승리이유는 왜적을 무찌르겠다는 분노라기보다는 함께 한 신명지심(神明之心)의 힘이었을 것이다. IMF때의 금 모으기 운동이나 월드컵에서의 한국축구 4강 신화는 한국인의 신명의 발로라 생각되었다.

전국의 모든 광장에 국민 모두가 빨간 티셔츠를 입고 나와 축구응원을 하는 모습을 외국인은 이해를 못한다. 당시 필자는 미국의 다국적 구성원이 있는 암연구소에서 연수중이었는데, 다른 나라 연구원들은 한국의 길거리 응원을 약간 정신이 나간 행동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의 외할머니가 식구의 숫자대로 미국에까지 빨간 티셔츠를 보낸 그 신명시심(神明之心)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한국인에게 있는 이러한 신명지심(神明之心)은 잘 활용하면 강점이되고 잘못하면 단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룹의 리더들은 이러한 한국인에게만 있는 신명의 특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신명이 최고에 이르면 작두에 올라가서 춤을 추어도 되나, 반대인 경우엔 우울해지고 흔히 말하는 화병(火病)상태가 되며 심하면 자살을 생각한다. 그룹의 경우에는 집단 우울증에 걸리고 갈팡질팡하며 서로 분노하며 탓할 상대를 찾게 된다.

한국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화병(火病)과 매년 증가하는 자살률은 신명지심(神明之心)이 약해진 구성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들의 신명지심(神明之心)을 춤추게 할 것인가? 필자의 숙제이자 우리들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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