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술]燕亭선생의 위대한 기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손인술]燕亭선생의 위대한 기부

[문화 초대석]손인술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

  • 승인 2011-09-25 14:31
  • 신문게재 2011-09-26 20면
  • 손인술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손인술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
▲ 손인술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
▲ 손인술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
필자는 연정 임윤수 선생과의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81년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국악기와 국악 관련 서적을 대전시에 기부하면서 대전시립연정국악연구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필자는 그 개원업무를 맡은 담당자로 대화동 연정 선생의 사저를 오가면서 많은 악기와 관련서적들을 현, 중부경찰서 뒤편에 자리한 전 대전시립전당포 자리에 옮기어 1981년 7월 14일 연정국악연구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1년 7월 1일부로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의 관장으로 부임하였다. 그러기에 더욱더 감회가 새롭다. 지난 7월 14일 기부문화의 꽃을 피워낸 개원 30주년은 나에겐 특별한 감동과 나라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더 느끼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기부문화가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고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연정 선생의 쩌렁쩌렁한 꾸짖음의 말씀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데, 연정 선생이 영면에 드신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연정 선생은 범람하는 서양문화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음악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일생 동안 사라져 가는 소중한 자료를 찾아 전국을 누비며 수집한 국악기 및 국악 관련자료 2만여 점을 대전시에 기증해 1981년 지방정부로는 최초로 대전시립연정국악연구원의 문을 열게 하였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국악 발전에 초석을 다졌으며, 평생을 전통음악의 바른 계승을 통해 민족혼을 일깨워 내겠다는 국악 계몽운동에 헌신하신 연정 선생의 큰 뜻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게 된다.

요즈음에는 유네스코나 종교단체 그리고 사회복지시설 등에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은 분들이 경제적, 정신적, 물질적 기부를 하고 있다. 우리고장 대전에는 연정선생 외에 평송 이남용 선생에 의해 세워진 '평송청소년문화센터'와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정심화 할머니에 의해 세워진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그리고 계룡건설 이인구 회장이 기부한 '유림공원'등이 있다. 이렇듯 한 사람의 기부가 그 지역 또는 국가발전에 크나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기부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위대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문화가 곧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가늠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역사성만큼 깊은 예술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전통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런 소중한 자산을 통해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80년대 국악의 불모지 대전을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에 우리 전통음악을 당당히 소개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유감없이 보여 주신 분이 바로 연정선생이다.

국악운동가 연정선생은 생전에 단순히 국악을 아끼고 좋아하는 것만으로 느꼈었다. 그러나 연정선생은 경주 율객이셨던 최윤 선생에게서 한학과 신은휴 선생에게 거문고를 수학하였으며 일제 말에는 경남 사천에 있는 다솔사에서 효당 최범술을 만나고, 수주 변영로, 일석 변영태, 산강재 변영만 등의 영향으로 구국청년단 활동을 하였던 연정 선생은 유달리 국악을 사랑하는 기인으로만 여겼으나 정치보다 위에 있는 것이 음악이라는 '예악 사상'처럼… '나라 음악을 바로잡아 좋은 음악이 세상에 퍼지면 사회가 좋아지고, 사회가 좋아지면 그 사회의 음악이 훌륭하다 했다.' 그래서 그 사회의 음악을 보면 정치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 21세기 준령에서 돌아본 선생의 발자취는 일찍이 '문화의 세기'를 예견한 선각자의 삶 바로 그 자체였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성격의 국악운동가 연정 선생이 있기에 오늘날 우리 후대들에게 훌륭한 정신문명을 남겨주었다.

항상 무정처, 무소유, 친자연으로 살았던 연정선생의 정신적 에너지는 우리후대 국악인들에게 남겨준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