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OECD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이 미국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이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는 현실과 실질구매력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사립대학 비중은 78%로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사립대 중심의 대학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국공립대 비중이 67%에 이른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부담하여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한 문제와 이에 소요되는 재원을 어떠한 방법으로 마련할 것인지의 문제로 좁혀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반면에 대학졸업 후 취업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학진학률은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등록금을 싸게 하면 대학진학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에 반대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얼마나 초라한지, 또한 대학진학률이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떠한 면에서 보면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고등교육을 받고자 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은 장려할 일이다. 이제 대학교육은 소수 엘리트만 가던 고등교육이 아닌 대중교육이 되었다. 현실이 이렇다고 하면 대학등록금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이고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대학등록금이 없거나 매우 저렴하다. 이처럼 선진 외국에서 국공립대학의 비중이 높고 등록금 수준을 낮게 책정하는 것은 대학교육이 높은 공공성을 갖고 있고,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 국가경쟁력을 위한 정부의 기본적 의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고등교육에 투입하는 공교육비는 GDP의 0.6%로서 OECD 평균 1%에 한참 뒤지며 최하위 수준이다. 등록금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는 것은 그동안 방기했던 정부의 기본적 책임을 다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대학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5조~6조원이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재원 규모가 현재의 정부재정에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다. 보수적 색채를 내고 있는 언론과 단체에서는 이를 무상급식과 함께 망국적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매도하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인가?
MB정부 들어 부자들에 대한 감세규모가 90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4대강 사업에 20조 이상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현재 매우 낮은 부동산 보유세율을 선진국 수준인 0.5%로 올리면 매년 20조~30조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30조원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돌아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조세형평성을 무너뜨리고 있는데 이를 축소하면 1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재정지출 및 조세 시스템을 개혁하면 재원조달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를 실행하고자 하는 정부의 실천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망국적 포퓰리즘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복지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기본적 책무다. 공부할 의지와 수학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이 단순히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하는 사회는 결코 우리가 소망하는 선진사회가 아니다. 정부가 감세를 철회하고 재정지출과 조세 구조를 개혁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값 등록금, 이는 재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국정철학과 실천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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