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랏돈은 '눈먼 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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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랏돈은 '눈먼 돈'인가

  • 승인 2011-09-21 18:59
  • 신문게재 2011-09-22 21면
나랏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인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부정 수령, 유용 사례를 보면 나랏돈이 줄줄 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 대학 교수까지 가위 전방위적이다.

국회 유정현 의원이 행정안전부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대전시 공무원 499명이 수당 1억680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충남은 2285명에 금액만 13억3300여만원에 이른다. 수법도 다양하다. 주민등록상 거주하지 않고 있는 직계존속에 대해 가족수당을 타 먹거나 이중으로 지급받았고 가족관계나 취학사항에 변동에 있어 수당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자녀수당을 받아 챙겼다. 공직사회가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권영진 의원은 과학기술대의 한 교수가 개인카드로 결제한 술값을 회의비 명목으로 연구비에서 타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정부출연연 연구원들이 연구비에서 타낸 사례가 2만2000건, 29억1300만원에 달한다. 개인카드를 업무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예산 지침은 있으나마나였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연구비를 자신들의 호주머니 돈으로 착각하지 않고선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충남대 교수들은 연구비를 받아 챙기고는 정작 과제는 제출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 제출된 과제가 93건, 지급된 연구비는 10억4600만원이나 된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대학 교수도 눈먼 나랏돈 앞에선 윤리의식을 잃어버린 듯하다. 어제 홍성에선 나라와 지역이 주는 보조금을 횡령한 어린이집 원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쯤 되면 이 나라에 과연 기강이란 것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고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도덕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나랏돈이 줄줄 새는 데도 감독기관들은 무얼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의 낸 세금을 눈먼 돈, 못 먹는 사람만 손해라고 여기는 풍조는 뿌리 뽑아야 한다. 정부가 나랏돈 씀씀이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치단체도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여겨 빼돌리는 사람이 있다면 공무원이든 연구원이든 교수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국민은 공공부문의 불법·탈법 행위를 방치하는 정부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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