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한마디로 수시 입시가 진행 중이고 정시가 얼마 남지 않은, 대학입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발표된 정부의 대학 제재조치는 해당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몇 대학들은 정부의 대학평가 잣대가 틀렸다며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총장이 사의를 표하거나 교수들이 일괄 사표를 내는 것은 물론 학생들까지 직접 나서서 시위하는 등 극한으로 치닫는 항의의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또 한편으로 예산 1조5000억원을 책정하여 내년 신학기에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경감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학의 자구노력 7500억 원을 포함하여 총 2조2500억원을 내년 신학기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경감시키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2조2000억 원이면 가히 천문학적 액수라고 할 만큼 큰 액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전체의 1년 예산이 약 300조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문화관광체육이나 통일외교 예산이 각각 3조원 남짓한 현실이고 보면 등록금 보조에 2조원 이상을 쓴다는 것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그만한 규모의 예산이라면 상당히 큰 일들을 할 수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당장 실적이 나타나지도 않는 대학생 등록금 경감에 쓴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중요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큰 액수에 비해 막상 낮아지는 등록금 액수를 보면 정부가 내놓은 등록금 대책의 효율성에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은 전체 평균 5%, 소득 7분위 이하의 저소득층 학생들은 평균 22%의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설명에 따르자면, 한 학기 350만원의 등록금의 경우 저소득층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약 7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초 일부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계산으로 어떤 재원에서 충당하겠다고 내놓은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국가의 막중한 업무를 뒤로 미루고 모든 정부 예산을 대학 등록금 지원에만 퍼붓자는 주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책적 소신인양 발표했다. 그 소리는 마치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을 충분히 낮출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파렴치한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문제는 대학 정원이 너무 많아진 데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과거와 같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등록금을 댈 형편이 되는 학생들만 대학에 다니는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대학에 다녀야 하는 것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도 대학정원은 여전히 방만하게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학의 구조조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타율적인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대학 스스로가 적정 규모로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대학 구조조정에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학생들 등록금 지원과 같은 일시적인 땜질식 처방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매년 그만큼씩의 예산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그 과실이 바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등록금 인상은 자제하는 대신 장학금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풀어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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