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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규 부국장·문화교육팀장 |
한 때 대학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대학생이라는 타이틀만 거머쥐어도 우러러보는 그런 날이 있었다. 소위 호랑이 담배 먹던 아주 오래 전이 아니라 바로 엊그제까지 그랬다. 산업화의 역군이 나라를 책임질 때 그들은 정말 폼나게 비쳤다. 학문을 논하고, 정치를 논하고 우리의 앞날을 이야기할 때면 무슨 말인지 몰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 깊이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하지만 오늘 날 대학은 어떤가. 취업센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정부의 평가자체도 이해하기 힘들만큼 그렇지 않은가. 부실이라는 이름으로 옭아맨 정부의 대학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19일 열린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질타한 대학정책은 한마디로 개념원리에서부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김 의원은 “대학의 부실을 뿌리 뽑으려면 먼저 교과부의 총체적 부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였을까. 부실대학을 판정하는 교과부의 부실이 더더욱 어처구니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교과부에서 발표한 퇴출 1순위 대학이 자그마치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교과부가 선정한 교육역량강화 우수대학였다는 사실은 대학 관계자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또 있다. 2009년 재단비리와 부실로 말썽이 끊이지 않았던 모 대학은 그해 우수대학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지원받았고, 지난해는 교수 채용 비리로 총장이 구속까지 됐는데도, 교과부는 우수대학으로 선정해 21억여원을 지원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어제는 우수대학, 오늘은 부실대학.
이게 교과부에서 하는 대학정책이라면 과연 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도 상식선에서 부실대학 선정발표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대학들이 억울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평가는 취업률만 따져서는 곤란하다. 대학마다 특성이 있기 마련인데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단순 잣대로 정부가 정한 취업률을 기준으로 해 부실대학이란 꼬리표를 붙인 자체는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말이지 우리가 걸핏하면 비교하는 OECD 국가에서 알까 두렵기까지 하다. 4대보험 가입여부로 취업률을 결정짓는 한심한 작태에 일부 대학은 단단히 뿔까지 났다. 절대적인 예술활동까지 취업률에 연계해 평가한다면 예술대학은 이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순수예술을 한다고 정열을 불태우는 바보들이 아니고선 말이다. 학교 역시 예술대학은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취업이 우선이니까.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대학도 이런 추세라면 설 자리가 조만간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사회에서, 취업문에서 기초학문에 열중인 사람을 언제 제대로 선발이나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답이 뻔히 보이잖는가.
대학은 과연 뭐하는 곳일까. 적어도 대학은 짧은 지식으로 그럴듯한 스펙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나라 발전과 사회 변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그 모든 것을 수행해야 할 커다란 책무가 있는 곳이다.
대학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훗날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스스로 꾸려 나가는 곳이다. 대학은 고로 지금처럼 취업만을 위한 그런 곳이 절대 아니란 뜻이다.
대학구조조정 절차가 알맹이는 쏙 빼놓고 겉치레만 요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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