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왕사신기 안면도 촬영장/사진=중도일보 DB |
충남·북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한 영화·드라마세트장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한나라당 김태원(경기 고양 덕양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총 26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26곳의 영화·드라마세트장 건립에 투자했다.
세트장 건립에 들어간 예산은 총 5107억400만원으로, 이 중 국비와 도비, 시·군비 등은 총 1394억3200만원이었다.
문제는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했지만, 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관광자원으로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태안의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의 경우 2007년 충남도에서 20억원을 투입했지만, 현재 폐쇄된 상태다.
도비와 시·군비를 합해 5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부여의 서동요 세트장도 드라마 세트장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한 채 관광용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투자 예산은 물론, 관리비용 등을 따질 때 경제성이 없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충북 제천의 태조 왕건 세트장은 제천시가 12억원을 투입, 건립한 야외 촬영장으로 건립 초기에 연간 30만명 이상이 다녀가면서 4000여만원의 주차료 수익을 올렸으나 현재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하루 종일 비어 있다.
매년 세트장 보수비로 4000여만원을 쓰던 제천시는 결국 올 연말까지 태조 왕건 세트장을 철거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인근 상인들은 지자체를 믿었다가 망했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김태원 의원은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 건립을 지원하고, 관리 소홀로 세트가 흉물스럽게 방치되는 것은 물론, 관리·보수비 등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지원한 영화·드라마세트장 사업 추진 전반을 파악하고,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업철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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