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2.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 높여야
3. 맞춤형 지원 정책 필요
4. 도시농업도 주목
5. 경험자에게 듣는 귀농·귀촌
농어촌에 희망이 싹트고 있다. 떠나는 사람만 있던 곳에 사람이 들어오면서다.
제2의 인생을 기대하며 농촌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은 생기를 잃어가던 농촌에 활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아직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농어촌을 찾은 이들의 저마다 목적이 달라 농어촌 변화의 원동력이 되기에는 힘이 모자라다.
이에 따라 귀농·귀촌 인구가 농어촌을 살리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살펴보고 이를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서천군 귀농인협의회에서 열린 제8차 귀농투어에 참가한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귀농선배들의 설명을 들으며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
#2. 황모(63)씨는 2009년 부여에 터를 잡았다. 은행원으로 평생 근무하다 퇴임 후 사업에 실패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도시를 떠나 작은 시골 마을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하지만 황씨의 생활은 편하지 않았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을 찾았지만 마냥 쉴 수만은 없는게 시골 생활이었다. 황씨는 “귀촌을 결심한 것은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지만 마을에 들어와 살다보니 주변관계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며 “점점 마을 주민과의 관계도 불편해지면서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귀농·귀촌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2005년 2103가구이던 귀농·귀촌 인구는 2006년 2334가구, 2007년 2444가구에서 2008년에는 2671가구, 2009년 3006가구, 2010년 3330가구로 증가했다.
매년 200~300가구가 충남으로 귀농·귀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95%는 농촌 생활을 계속 영위할 만큼 높은 정착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IMF로 인해 증가한 귀농인구가 대부분 다시 도시로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충남도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귀농·귀촌한 562가구를 조사한 결과 단 20가구만 정착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 원인으로는 귀농·귀촌 인구에 대한 지원 부족을 이유로 꼽은 가구가 5곳으로 가장 많았다. 또 지역민불화를 원인으로 꼽은 가구가 3곳, 자녀교육, 영농실패, 본인 사망 등이 각각 2가구로 뒤를 이었다.
2000년대 후반 귀농·귀촌 인구가 높은 정착률을 보이고 있지만 귀농·귀촌 생활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충남도의 도움을 받아 충청리서치(주)충청사회조사연구소에 의뢰해 귀농·귀촌 인구 228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불만족의 이유는 국가 지원이나 행정적 자료 부족, 이웃 간의 텃새, 적은 소득, 기반시설 및 교통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처럼 귀농·귀촌 정착률이 높은 반면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은 귀농·귀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학렬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귀농인구가 급증한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IMF 경제위기로 '생계형 전업농업형태'가 많았으나 2005년 이후에는 '은퇴귀농형', '농촌지향형', '휴양요양형', '도시출퇴근형'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처럼 귀농·귀촌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다각적 시각으로 접근해 안정적인 귀농·귀촌 인구가 농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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