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관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준비단장 |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경계해야 할 대목도 있다. 한류를 한국문화의 열풍으로 이해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마치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에서 입증이나 된 것처럼 의기양양할 일은 아니란 점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불고 있는 K-POP을 한국 문화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문화적 충돌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내 것과 다른 것이 만나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가는 창조의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문화는 독립적이고 일방의 독점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한류 열풍도 거꾸로 보면 외국에서 우리의 문화상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것만을 고집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한류에는 우리 것과 상대국의 문화가 융합되어 있는 것이다. 문화는 그 자체가 민족주의적 속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진입하는 쪽은 자기문화의 우수성으로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고, 받아들이는 쪽은 자기 문화의 포용력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세종시 출범을 준비하다 보니 이런 현상마저도 세종시와 연관시키는 버릇이 생겼다. 내년 출범하는 세종시에서도 적지 않은 문화적 충돌현상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세종시는 인구 50만명 이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 인구는 10만명이 채 안된다.
내년부터 정부청사와 국책연구기관 등이 이전하고 그 가족이 이주하게 된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구체화되면서 국내·외 연구요원을 비롯하여 관련 산업시설 종사자도 늘어 날 것이다. 세종시가 정부 정책에 의해 추진되는 계획도시이기에, 인구의 증가 속도가 다른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것은 문화적으로 갈등을 빚을 요소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고, 또 교류할 수 있는 창구와 수단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화적 충돌 내지 갈등현상은 꼭 나쁜 것만도 아니고 또 자연스럽게 정리되기도 한다. 일정 수준의 긴장은 개인에게도 필요하듯이 사회에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이런 순기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관용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밖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너무 배타적이라는 어느 외교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라는 의식이 강해서 우리가 아닌 남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시는 지역적으로 연기, 공주, 청원을 아우르고 있고, 인구 구성면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외부에서 이주하는 주민이 다수를 차지한다. 우리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문화적 충돌 내지 갈등의 문제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세종시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명품도시를 지향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러한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이 병행되어야한다.
경제적 격차보다 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문화적 격차다. 어려운 문제인 만큼 해법도 쉽지 않지만, 그 해법은 인적·물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생활권의 기초가 되는 행정구역에서부터 교류의 기반이 되는 도로 등 도시 인프라, 도시문화에 익숙한 이주민을 지역에 참여시킬 수 있는 각종 사회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관련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문화적 격차 문제를 포함해서 모든 문제에는 이해의 중심에 당사자가 있다. 그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현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세종시의 각종 현안을 다룰 주민의 구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미래의 주민 구성에 대한 대강의 윤곽은 있지만, 그들은 아무튼 현재의 주민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민 구성이 완료될 때까지 현안을 뒤로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미래의 주민을 생각하고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용과 배려의 가치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한발 더 나아가면 이것이 세종시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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