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지방분권촉진위 위원, 충남대 교수 |
미래는 항상 미래에 있지 않고 금방 현실로 다가온다. 따라서, 미래를 잘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은 절대로 승자가 될 수 없다. 이것은 개인 뿐 아니라 조직, 정부 그리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뒤돌아 볼 때, 미래를 잘못 예측해서 우를 범한 사례가 너무 많다. “비행기는 장난감일 뿐 군사적인 가치가 전혀 없다”고 전망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사령관은 그 후 참혹한 패전을 초래한 장본인이 됐다. 전화가 통신수단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결점이 많다고 전화를 발명한 벨의 대량생산 제안을 거부했던 웨스턴유니언 회사, 그리고 개인적으로 집에 컴퓨터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예측한 올센 디지털 회사는 쫄딱 망한 회사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정부도 다름 아니다. 어느 정부든 “국정운영을 잘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욕을 먹고 끝난다. 최근의 '안철수 신드롬'에서 나타났듯이 현 정부와 국정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해있고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통치자와 정치인들이 미래를 보는 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희망찬 미래를 갖기 위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지만, 그들은 잘못된 예측과 판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우를 범한 꼴이다.
성공적인 정부가 되려면 국정운영이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왜 정부정책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지를 간파해야 한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안 교수는 이를 정확히 알아낸 반면, 현 통치자와 정치세력들은 이 변화의 간절한 열망을 간과했거나 외면했다. 바로 그 차이가 오늘날의'정치쓰나미' 상황을 만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저마다 똑똑하다.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무장한 이 똑똑한 군중들은 서로 소통하며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자기의사를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고 정부가 하는 일마다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한다. 이들이 무리지어 집단행동을 시작하면 그 위력은 대단하다. 능력있는 정부라면 이 변화를 예측하고 이들을 끌어안고 가는 지혜와 준비가 필요했다. 정부의 정책마다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한편, 반대의견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건 그들을 설득했어야만 했다. 결국, 작금의 현실은 새롭게 등장한 세대 그리고 똑똑하게 변해버린 사람들과 동반자로 함께 가지 않는 정권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감성사회다. 냉철한 이성이 지배했던 과거와는 달리 따뜻한 가슴이 없이는 정치도 기업도 개인도 살아 남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래사회를 인간과 인간간의 소통과 유대가 강화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배려하는 '아바타의 시대'라 일컫는다. 지금이라도 MB 정부는 세상의 변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희망을 잃은 성난 국민들을 위해서 무엇부터 해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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