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특히 재정적 부담이나 과잉복지의 폐단을 과대 포장하여 확산시킴으로써 국민들의 판단을 왜곡하고자 하였다. 한편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민주당이나 일부 진보세력들은 재정적 확충방법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보수의 주장에 적극 대항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사회복지 총지출액(SOCX)은 GDP의 10% 수준으로 OECD의 30개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독일과 덴마크에 견주면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우리사회의 빈곤층이 300만 가구, 약 700만 명에 달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실업자가 400만 명에 이르고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인 850만 명에 이르는 암울한 상황이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는 국민 개개인의 차원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친기업정책으로 대기업의 위세가 날이 갈수록 커져 국내총생산에서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의 35%에서 최근에는 41%로 치솟았다.
정부는 낙수효과를 근거로 하여 친기업정책의 정당성을 홍보해 왔지만 집권 3년 반의 경제적 성과는 수출대기업이 경제성장의 모든 과실을 독식함으로써 경제산업부문에서도 극심한 양극화가 초래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정책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팽창과 영세상인들의 줄도산 및 실업을 양산함으로써 장밋빛 747정책의 달성가능성은 멀어진 것은 물론 양극화의 심화라는 참담한 결과물만을 끌어안게 될 것 같다.
우리 주변이 상황은 더욱 어둡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심상치 않게 진전되면서 나라밖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 잠재해 있던 부동산 거품문제와 금융시장의 취약성, 생활물가의 급등, 가계대출제한으로 인한 위기감 등으로 인하여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임박한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당 장관은 물가 폭등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도 스스로 뾰족한 대안이 없음을 실토했다.
이제 국민이 나설 때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궁극적으로 복지국가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 공론하고 더 나아가 국민적 합의를 얻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지사회의 구현은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부담을 누가 얼마만큼씩 나누어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에는 공정사회를 이야기하고 올해는 공생발전을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에 이르지 못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말이나 용어가 문제가 아니라 행동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그와 같은 사회가 토착화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즉 어떻게 그와 같은 사회를 구현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 실현방법이 부재했던 것이 문제이고 선언적 정책과 정책행동의 불일치가 원인이었다.
우리가 성공사례로 꼽고 있는 서구의 복지국가들이 누리는 풍요는 저개발국가의 값싼 노동력의 희생과 자연자원의 고갈이 대가다. 따라서 그들을 답습하는 것은 궁극적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사회의 풍요가 다른 누구의 희생과 약탈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대안은 지속가능한 삶은 상생적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은 느리지만 함께 갈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 정신의 기업사회는 물론이고 경제활동전반에서도 모색돼야 한다. 우리사회의 복지담론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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