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희수 한의학 박사, 대전대 교양학부대학 강사 |
'황제내경·영추' 본신편에 의하면 '간은 혈을 저장한다'하여 혈액을 수납 저장하는 기능을 가진 장기로 혈액을 정화하고 신체 내에 순환하는 피를 항상 깨끗이 유지해주는 청소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간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대사·저장, 쓸개즙 분비, 해독작용, 혈액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간이 나쁘면 피로를 크게 느끼게 된다.
'황제내경·소문' 영란비전론에 의하면 '간자장군지관모려출(肝者將軍之官謨慮出焉)'이라 하여 장군이 전쟁 시 모려를 꾀하듯이 간장은 고급신경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간기가 울체되거나 편향되면 성을 잘 내고 조급해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간기가 부족하면 쉽게 놀라고 두려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흔히 '간덩이가 부었다. 승발(昇發)났다'고 하는데, 이 또한 간의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간의 경락은 뇌로 연결된다. 간 기운은 봄에 비유된다. 간기능이 정상이면 봄에 수목이 무성한 것처럼 생기가 넘친다. 간주소설(肝主疏泄)이라 함은 소통과 배설을 주관하는 것인데 간기가 잘 소통되면 정서가 안정되는데, 소통되지 않으면 간에 영향을 주어 가슴이 답답해지고 소화기관에 장애를 주어 설사와 변비가 발생한다. 또한 간주승발(肝主昇發)이라 하여, 간의 작용이 지나치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우며 성을 잘 내는 증상이 발생한다. 간주승발은 간 기운은 위로 오르고 퍼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심해지면 열이 나고 눈이 충혈되고 두통이 온다.
요즘은 조금 덜해졌다 하나 술잔을 돌리는 우리의 음주문화는 폭음하기 쉬운 환경으로 간에 무리를 주게 되어 심각한 간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소석가(小釋迦)로 불렸던 진묵 대사는 곡차(穀茶)를 좋아하셨다. 술이라 하면 절대 드시지 않았고, 곡차 한잔 드시라 하면 즐거이 드셨다. 진묵 대사는 성인의 경지에 드신 분이기 때문에 술도 정화시켜 드신 듯, 몸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곡차, 약주(藥酒)와 같은 말처럼 적당량의 음주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적당히 조절하여 마시면 건강유지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술이 술을 마시게 되는 지경이 되어 인체의 해독·정화 작용을 하는 간장을 해치고, 건강을 잃게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과 퇴계의 활인심방에도 나오는 육자기결(六字氣訣)에 간장을 보호하는 호흡법으로 '허간기간약허시목쟁정(噓肝氣肝若噓時目爭精)'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간(肝)에 기(氣)를 불어 넣어 주는데 소리는 내지 않으며 코로 숨을 들이 마시고 허(噓)하며 숨을 입으로 내쉰다. 동작은 단전에 차수를 하고 눈이 정기를 내는 듯이 한다. 이 호흡법은 간장병, 눈이 붉어지거나 누렇게 되는 증세에 치료효과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시게 되는 술, 하지만 곡차와 약주로 마신다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삶을 유지시키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의에서는 숙취해소를 위한 최고의 약재로 칡꽃(葛花)을 추천한다. 칡은 여름에 보라색 꽃이 피는데 이를 채취 건조 보관하여 음주 전후에 차로 마시면 매우 좋다. 간기능을 활성화해 알코올 분해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평소 습관적으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커피 대신 칡꽃차를 상용하면 유익하다.
요즘에는 동네마트에서도 흔히 칡 즙을 판매하는데 이 또한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생칡을 짜 진공 포장하여 냉장보관하면 한 동안 편리하게 마실 수 있다. 칡꽃차가 번거로우면 포장된 칡 즙을 마셔도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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