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통해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린 이들은 한국이 낳은 골프스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대전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세계적인 골프스타로 이름을 떨치면서 대전 골프의 위상은 급격히 올라갔고, 이후 대전에서 이들의 뒤를 잇는 걸출한 여성 골퍼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대전은 '여성 골프의 메카'로서 입지를 갖게 됐다.
2000년대 초반 남자선수들이 전국체전에서 활약을 했지만 이후 전국체전과 국내외 각종대회에서의 활약상을 놓고 볼 때 여자선수들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실제로 그동안 전국체전을 비롯한 전국대회에서 대전여자골프는 상위권의 전력을 유지해왔다. 전국체전 여자단체전의 경우 2005, 2006, 2009년 우승과 함께 상위권의 성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이제는 박세리와 장정의 뒤를 이어 김혜윤과 안선주, 강다나, 김소영 등이 국내·외 무대에 진출해 대전골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여자골프가 저력을 이어온 데는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의 성장을 지원한 숨은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대전지역 내 유일한 18홀 골프장인 유성컨트리클럽은 대전 출신 골퍼들이 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데 이곳은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대전 대표선수들은 물론 강다나와 김소영, 김혜윤 등 대전 출신의 KLPGA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활용돼 왔다.
대전골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성컨트리클럽의 강형모 회장은 대전 골프의 성장을 위해 그동안 영업 목적의 골프장을 아낌없이 훈련장으로 지원해왔다.
박세리와 장정 역시 아마추어 주니어 선수시절부터 이곳에서 훈련을 했다. 이곳에서 스타들이 배출되자 혹자들은 옥녀봉 아래에서 훈련한 선수들이 옥녀봉에 깃든 여성의 기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풍수지리적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전골프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선수 저변이 점점 줄어들면서 점점 명성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골프협회에는 현재 초·중·고·일반부에 80여 명의 남녀 선수들이 등록돼 있는데, 이들 중 여자 선수는 20여명 선.
이들은 제2의 박세리, 제2의 장정이 되겠다는 각오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얇은 선수층은 해마다 이어져온 상위권의 전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타 지역이 골프육성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여자골프의 메카 자리마저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시 육민관고등학교는 원주시와 강원랜드의 지원으로 기량이 좋은 선수들을 영입, 전국대회를 휩쓸며 골프명문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남 함평골프고 역시 지역사회의 지원과 전략적인 선수육성으로 명문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훈련여건에서부터 경제적인 지원까지 경쟁력이 약해지다 보니 좋은 선수들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학부모들마저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선수 육성을 꺼리면서 선수육성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대전골프협회 관계자는 “대전 골프가 메카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민·관·협회가 뜻을 모아 선수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학교체육의 활성화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전골프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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