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사위를 들러리 삼은 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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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심사위를 들러리 삼은 구의회

  • 승인 2011-09-14 18:19
  • 신문게재 2011-09-15 21면
지방의회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한두 번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는 특히 납득하기 어렵다. 대전시 유성구의원 해외연수 얘기다. 구의회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의 보류 결정을 '서면심의'로 대신하고 기어코 유럽으로 떠났다. 해외연수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가야하는 중요한 공무라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해외연수를 다녀옴으로써 구가 발전하고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해외연수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유성구 연수 일정을 보자. 프랑스에선 루브르박물관과 베르사유 궁전, 개선문을 돌아보고 이탈리아에선 베네치아, 로마에선 바티칸시의 등 관광 코스로 짜졌다. 누가 보더라도 해외여행 상품과 흡사하다. 연수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게다가 지금이 어느 때인가. 치솟는 물가에 짓눌려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달랑 의원 3명 해외연수에 여비로 1940만원이 집행될 것이라고 한다. 1인당 6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여행을 갈 때인가. 호화 해외연수란 비난을 들을 만하다.

공무국외여행심사위가 결정을 보류한 것도 관광 일색의 일정이 해외연수에 적합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성구의회는 '서류심사'로 대체해 심사위원들을 찾아다니며 찬성 서명을 강요했고, 그 과정에서 심사위 부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사퇴를 하자 다른 민간위원을 위촉해 3분의 2 찬성이라는 요건을 갖췄다고 한다.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민주적 절차조차 깡그리 무시해버린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심사위의 결정이 제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멋대로 바꿔버린다면 심사위를 무슨 요식 절차로 삼겠다는 것인가.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다른 위원회의 결정도 제 입맛에 맞춰 바꾸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성구의회는 이번 결정 번복 사태에 대해 주민들에게 해명하고, 앞장선 의원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세금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으면 여행이나 다니며 돈 쓸 생각을 하는지 한심하다. 지방의회가 이렇게 주민 정서와 엇나가는 행태를 보이니 기초의회 폐지론이 나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그만큼 지적을 했으면 개선할 만도 한데 도무지 소귀에 경 읽기다. 주민들이 매를 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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