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철 충남도의회 교육의원 |
일부 언론들이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도드라지게 보도하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년 4월 세종시의 시장과 교육감 선거에 '후보 공동등록제'를 도입하는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육감 직선제는 많게는 약 40억 원의 선거 비용이 들게 하고 끝난 뒤 보전받기도 어렵다. 정당에서 지원받는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와 달리 거의 '개인 돈'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금품 수수에 매우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다 선거 비용과 부패 가능성 때문에 지방교육자치를 위해 이제 첫 발을 내디딘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간의 많은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단체장과 의원, 기초단체장과 의원 선거들이 모두 닮은꼴이다. 선거법 위반과 금품 수수 등으로 숱한 보궐선거를 치러왔지만 그 때문에 직선제 폐지와 임명제나 공동등록제 주장이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교육감 직선제 문제가 선거 비용에 있다면 그것을 대폭 줄이고 제도를 보완하여 잘 관리하면 된다. 간선제나 임명제보다 훨씬 장점이 많은 직선제를 폐지할 명분이 없다.
어떤 이들은 정당과 무관한 교육감 후보들이 난립하면 누가 누군지,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고, 교육계가 분열되기 때문에 직선제를 반대한단다. 처음부터 잘 아는 후보가 어디 있으며, 갈등없는 선거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가 몇 차례의 TV 방송사나 초청 토론회를 주관하면 후보와 공약도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직선제 대신 교육감을 단체장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일, 영국, 일본, 미국의 일부 주들과 프랑스의 지방자치를 본받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해방 후 정권의 이념과 정책의 홍보수단이 되어왔던 우리 교육과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해낸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과 그들의 그것이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오류다.
2차대전 후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허용하고 정치교육을 제도화하여 '학교 민주주의'와 '학생자치'가 활성화된 독일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임명제를 주장하니 참으로 무지한 발상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그들의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도 된단 말인가.
학계와 정계에서는 '후보 공동 등록제'가 결국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교육의 정치적 종속을 초래할 것이며 선거 비용도 직선제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그들만의 합의안을 밀어붙이는 데는 속사정이 있는 듯싶다.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무상급식, 혁신학교, 고교 평준화, 일제고사, 학생인권 보장과 체벌 금지 등의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교과부와의 갈등, 서울시장의 중도 하차 등을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수긍이 간다. 그들의 기세를 꺾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중앙에서 교육을 통제·장악하지 못하게 하려면 헌법 제31조에 따라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지방교육자치의 발전을 위해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직선제 유지는 현 단계에서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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