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추석 끝, 일개미 모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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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추석 끝, 일개미 모드 시작

  • 승인 2011-09-14 11:15
  • 신문게재 2011-09-15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벌, 개미 등 사회성 곤충이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도 대강 그렇다.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 연휴 끝 귀성행렬에서 일개미의 긴 행렬을 연상한다 해서 과한 상상은 아니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수십만 종족으로 편성돼 영역과 먹이를 놓고 쟁탈전을 벌일 것 아닌가. 승산 없는 싸움에 개미산을 뿌리며 치열하게 싸우는 일은 되도록 삼갈 것이고 일개미처럼 계급에 집착할 것이다. 일개미의 네 계급 중 한 계급을 제거하면 다른 계급이 노동을 대신하지만 효율은 뚝 떨어진다. 인간 조직과 흡사하다.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진정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전체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야말로 인간적 공감을 자아낸다. 나머지 60%는 그저 그렇고 20%는 놀고먹는다. 일개미 20%가 핀둥핀둥 논다니 흥미를 넘어 흥분되는 사실이다. 개미사회에 구조조정 같은 걸 해서 부지런한 개미만 한 작업장에 격리한다 치자. 그러면 그중 20%만 죽어라 일한다. 20 대 80의 파레토 법칙과 동일한 패턴을 개미 무리가 재현하고 있다. 효율 하나는 우리보다 월등한 개미 사회에 '노는 놈'들이 수두룩한 연유를 확실히는 모른다. 개미들의 행동도 경제학보다 사회학으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원리를 확장해보면 원인의 20%가 결과의 80%를 만든다. 상위 20%가 전체 부(富)의 80%를 소유한다. 백화점 한가위 매출 80%는 충성고객 20%의 몫이었다. 매출액 80%는 상위 20% 우수제품이 달성했다. 천하 없는 양서라도 영양가 있는 80%는 20% 페이지에 들어 있다. 가치 있는 인간관계 80%는 20%의 인간관계에서 나온다. 행복의 80%는 인생의 20% 기간에 발생한다. 업무 중 80% 성과는 집중한 20%의 시간 덕에 달성된다. 이쯤에서 소위 좀 스마트한 부류는 20% 시간만 일하고 80%는 여가로 쓸 궁리를 한다.

듣기로는 청주산업단지 근로자 20%가 추석 특근을 했다고 한다. 대전 대덕산업단지는 2.5% 정도였다. 명절에 산업현장을 지킨 동기가 야간수당과 연장근무수당, 명절근무수당 등 '스리 콤보'의 유혹이었다 할지라도 20%라는 숫자는 절묘하다. 쉬지 않은 이들만 성실한 일꾼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이들이 특정 기간 어떤 결과를 얻는 데 핵심 소수였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사이에서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에 “좋은 데 취업해야지”(33%)가 선정됐다. 그만큼 '일개미'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열망이 크다는 반증이다. 그러면서도 구직난과 구인난의 고용 불일치 현상은 여전했다.<14일자 8면 '중기는 구인난 실업자는 구직난'> 그것이 성스럽고 창조적인 일인 '오푸스(opus)'이건 고통스러운 노역인 '라보르(labor)'이건 일터가 있어야 행복하다. 일은 생존 수단이면서 삶의 가치를 증명하는 강한 지속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연휴가 끝나고 또 다시 일개미 모드로 귀환했다. 주연과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서 며칠 만에 인간 군상과 만났다. 낙타의 순수하고 미련함, 박쥐의 이중성 내지 임기응변, 뒷담화며 줄서기에 바빠진 당나귀 같은 동료, 부하의 노작을 가로채는 여우 같은 상사는 기본, 그리고 누구나 20%의 우수개미, 60%의 보통개미, 20%의 불량개미 틈에서 일해야 한다.

개미에 관해 빠뜨린 아주 중요한 진실 하나가 있다. 특등 일개미라도 주어진 시간만 일하고 쉰다는 것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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