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이면 떠오르는 재미있는 추억과 놀이가 있다. 지금은 간곳없이 사라졌지만 가슴 한편을 아련히 채워온다. 잠자리잡기다. 푸른 창공을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의 나래는 아름다움과 꿈과 상상의 나래 그 자체였다. 잠자리의 눈과 날개에서 햇빛이 만들어 내는 스펙트럼은 지금의 SF영화 그 자체였다. 그렇게 신비로울 수가 없었다.
그 시절 어린이들은 누구나 그런 잠자리를 한 마리쯤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어떻게 하면 날아다니는 신비로운 잠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온갖 방법과 기술을 동원했다.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잡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잠자리는 날아다니다가 풀의 줄기나 나무장대 끝에 앉아서 날개를 늘어 뜨린채 쉬곤 하였다. 그 때를 노려서 살금살금 다가가 낚아채서 잡아야 했다. 앉아서 큰 눈알로 살피기 때문에 최면을 걸 듯이 손가락을 빙빙 돌리면서 눈의 초점을 흐려 놓은 뒤에 잡기도 했다.
수놈은 암놈을 잘 쫓아 다니기 때문에 암놈을 잡아서 꽁지를 실에 묶어 날리면서 수놈을 유인해 잡기도 하고, 싸리나무나 대나무 가지로 만든 빗자루로 잽싸게 눌러 잡기도 했다. 싸리나무나 대나무 빗자루는 그 사이가 조밀하지 않고 엉성하기 때문에 잠자리를 산채로 잡기에 그만이었다.
무엇보다도 동네 악동들은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잘 잡기 위해 새로운 연장을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잠자리채다. 잠자리채는 지금은 포충망이라 하는 모기장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물싸리나무와 같이 가늘어서 동그란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나무줄기나 철사를 동그랗게 만들어 긴 장대 끝에 매달고 넓은 거미줄을 감아서 잠자리채를 만들었다. 이 잠자리채를 잠자리가 많은 곳에서 한번 휘두르면 거미줄의 끈적임에 잠자리가 걸려들게 되어 있다. 신기한 거미줄의 효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잠자리를 잡기 위해 주술적인 노래도 만들어 불렀다. '잠자리 꽁꽁, 앉은뱅이 꽁꽁, 앉을자리 앉아라. 멀리멀리 가면 똥물먹고 죽는다' 잡은 잠자리 꽁지에 보리짚 등을 매달아 날려 보내기도 했는데 잡자리 시집 보낸다고 했다. 실잠자리, 고추잠자리, 보리잠자리, 쌀잠자리도 있었지만 아파치 헬기처럼 생긴 말잠자리를 잡는 날이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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