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와 유성구, 대덕구 의회가 의정비 조정요청서를 각 구청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비심사위원회를 열어달라는 것으로 사실상 인상 요구나 다름없다. 의회는 심사위가 구성되기 전 자체적으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나 물가, 주민 여론 등을 감안해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미리 조율해 지자체에 요구하는 게 관례다. 인상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봤는지 궁금하다.
대전지역 5개 자치구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20.8%로 특·광역시 평균을 훨씬 밑돈다. 그나마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데다 일부는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버거운 상태다. 열악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초의회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추진은 지자체의 예산 집행을 엄격히 지도·감시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이기주의 행태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행안부 가이드라인이란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 아니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은 아우성이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이런 추석은 처음”이라는 주민들의 탄식을 의원들은 듣지 못하는가. 한 번 오르면 내려가지 않는 물가의 속성상 지금의 고통은 길어질 것이다. 이런 마당에 명색이 지역민의 대표라는 기초의회가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아니다.
의정비 인상으로 의정활동의 질이 제고돼 주민의 삶이 향상된다면 또 모른다. 그렇게 할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주민들이 의정비 인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의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행부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했느냐고 묻는 것이다.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얼마나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홍성군과 예산군의회는 의정비를 동결했다. 벌써 각각 5년째, 3년째 동결이다. 물가대란에 따른 군민의 고통을 의회도 함께 나누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전의 기초의원들도 그래야 마땅하다. 기초의회 스스로 이번 의정비 인상 추진을 거둬들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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