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
이러한 인식조사가 다문화정책 수립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자료임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올 여름 유럽 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 역시 상당히 긴장시켰던 노르웨이 및 영국의 사건은 우리 사회의 견고함과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적 토대를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우리의 타문화개방성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준으로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한 '선(善)인프라지수'에서 한국은 30개 조사 대상국 중에서 29위를 기록했으며, 다문화적 문화 향유(28위)나 다문화성(공동 24위), 의식의 수용성(21위) 등 대부분 지표에서 하위권이라고 한다.
이번 다문화사회 수용성 조사를 통해 원래부터 살고 있던 다수 한국인 주민들이 외국에서 온 상대적 소수자들인 이주민에 대해 어느 정도로 무의식적 선입견과 편견, 불합리한 차별 요소를 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한국사회의 갈등을 예방하고 안정적 다문화사회를 구축하는데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문화의 접촉이 공생과 창조적 문화융합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다수자 대 소수자', '선주민(원주민) 대 이주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다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이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한국인 선주민의 다문화감수성' 강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에만 치중해서는 한국이 안정적인 다문화사회로 진전할 수 없다.
즉, '이주민의 다문화 감수성' 강화 역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주민들 역시 자신들이 성장한 문화를 기준으로 타(他)문화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대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문화중심성은 수많은 조사에서 이미 증명된 바다. 충남의 경우에도 3년 전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결혼이주여성(199명 중 66%)들이 자문화중심성에 동의한 바 있다. 이것은 다수 한국인들이 다른 국가 출신 이주민의 문화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듯이, 타국 출신 이주민 역시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의 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대할 수 있음을, 자문화적 색안경을 끼고 타문화를 바라볼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이주민들의 문화적 편견 표출은 한국 문화에 대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이주민이 자신과 다른 국가와 민족, 문화와 언어에 대해서 차별하는 경우들도 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자신보다 낮은 가치의 여성 집단으로 표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일부 선주민 한국인이 필리핀과 베트남 출신 여성을 국가별로 계층화시키고, 영어와 베트남어를 서열화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주여성들 역시 국가와 민족, 언어에 의한 차별적 위계를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이국의 가족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이주여성으로서 필리핀과 베트남이라는 출신 국가 차이를 넘어서 동질감을 느끼는 여성들도 물론 있겠지만, 이주여성들 사이에서도 역시 민족과 문화에 따른 편견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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