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학교는 이념대결의 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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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환]학교는 이념대결의 장 아니다

[중도춘추]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1-09-08 14:02
  • 신문게재 2011-09-09 20면
  •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매수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그동안 여러 명의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 등의 혐의로 중도에 낙마했다. 이는 개인 자질문제도 있겠지만 정치 경험이 부족한 교육자 출신 후보들이 막대한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앙정부가 임명하던 전국 시·도교육감을 1991년에 민간 선출방식으로 전환했다. 당초에는 시·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중에서 호선하다가 1997년 학교운영위원회로 선출권한을 넘겼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다시 불거졌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2006년부터 주민들에 의한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 좌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 사퇴자에게 거액의 금전을 건네기로 합의한 일은 그동안 감춰져 온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와 돈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교육자치와 정치중립의 명분 속에 등장한 교육감 직선제는 극심한 좌우 이념 대결의 장이 되고 말았다. 정치중립이 아니라 정치인보다 더욱 정치적인 교육감이 선출된 지역이 적지 않다. 전면적 체벌금지나 교원평가, 학력평가 등 교육을 둘러싼 냉·온탕 정책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념이 다른 자치단체장과 지속적인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 주민투표는 그 단적인 예다.

교육감 직선제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이전투구식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 간 헐뜯기와 고발, 각종 추문으로 얼룩지는 것은 물론 후보자는 넓은 지역을 누비느라 허덕이게 된다.

소속정당이 없는 교육감 후보들은 수십억에 달하는 법정 선거비용을 자기 능력만으로 조달해야 하며, 일정득표를 하지 못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기 쉽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만 강조한 나머지 후보자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지워 불법·부정 선거 유혹을 피하기 힘든 구조가 되어있다. 서울시 교육감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면합의와 같은 불법에 빠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예고된 결과다.

서울시 사태를 보면서 한국교총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운동과 인기영합적 교육정책을 추진한 정치인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야당과 일부 시민·교육단체는 직선제를 정치논리로 폐지하려는 것은 지방교육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교육감직선제의 가장 심각한 폐단은 교육현장이 정치화 돼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교육감 선거과정은 강력한 이념대결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념대결이 학교현장으로 전이돼 교육정책마다 일관성이 없이 교육감에 따라 달라지게 돼 학교현장이 혼란스럽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계를 혼탁한 정치판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국민들은 바라지 않는다. 선거제도를 개선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그 대안으로 단체장과 교육감이 러닝메이트제로 가야 한다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해야 한다는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교육외적인 이념투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물론 그 폐해 전부를 교육감 직선제에 돌릴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교직사회가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감 선출방식, 입후보 자격, 자질검증, 교육위원회 독립 등 교육자치 전반에 걸친 총체적 문제점들에 대한 뼈를 깎는 성찰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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