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최근의 안철수 신드롬을 보면서 한국정치 현실을 되짚어보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고 국민을 떠받들겠다고 외쳐왔다. 그러나 건국 후 지금까지 보여준 실상은 이 같은 구호와는 배치된 모습이었다. 최고 권력자이자 정치인인 역대 대통령의 모습만 보아도 정치인의 위상이 드러난다. 초대대통령은 독재로 치닫다가 학생들의 시위로 해외로 망명해야 했고, 경제부흥을 외치던 박정희 대통령은 수하의 총탄에 맞아 서거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은 퇴임 후 투옥되는 불명예를 감내해야 했다. 국가최고지도자라는 명예를 뒤로 하고 비운을 맞이했던 전직대통령의 사례는 정치적 허무주의를 낳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지역주의가 우리의 정치현실을 잠식, 뿌리 깊은 파벌의식을 부채질했다. 정치인의 자질과 능력보다 어디 출신이냐가 표심을 좌우하는 현실을 보면서 또다시 국민들은 정치를 외면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말로는 민생을 위한다면서 기득권 지키기와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는 정치풍토에 염증이 난 국민들이 기성정당과 정치인을 불신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 안철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이 점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이 땅의 국민 노릇하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지방의 현실은 물론 고물가와 양극화, 청년실업과 노후생활 불안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삶의 고통 속에 버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고통을 덜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정치인을 국민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입으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 삶을 보듬고 국가의 앞날과 국민들을 먹여살리는 정치인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바람은 이 같은 국민여망이 반영된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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