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을 가린 지표 중 취업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예술대가 '취업률 깎아 먹는 단과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7일 지역대 예술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학 취업률이 대학평가의 절대적 지표가 되면서 예술대의 설립 목적과 취업률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예술대는 순수 예술활동을 위한 예술인 양성이 주된 역할이지만 대학 평가에서 악영향을 미치는 학과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해당 교수들은 교육 방법을 놓고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지역에서 부실대학 꼬리표를 단 목원대는 예술대 모집정원이 전체 정원의 30%가 넘는다. 과거에는 예술대 특성화로 대학의 이미지를 다져왔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대학 취업률이 40.1%로 예술대의 저조한 취업이 전체 취업률을 낮추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술대학을 둔 한남대도 취업률이 낮은 단과대로 미술대와 사범대를 꼽았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술대 대부분의 졸업생은 졸업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를 기초로 한 취업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교과부가 예술대의 낮은 취업률을 감안해 내년부터 취업률 산정 기준을 확대키로 했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취업률이 지금보다 올라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예술대 교수들은 순수 예술인을 양성해야 하는지, 취업률을 고려한 교육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역 예술대 한 교수는 “창작예술인을 양성해야 할 순수 학문이 직장인을 배출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교육이 잘 못 된 거 아니냐”며 “취업도 중요하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인 육성이 의미가 더 클 수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미술대 교수도 “예술대 내에서도 디자인 등 일부 학과는 취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회화 등 순수 미술 전공자들은 대부분이 졸업 후 작품 활동을 한다”며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대학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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