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환]명절 미풍양속과 기부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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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명절 미풍양속과 기부행위

[기고]이주환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 승인 2011-09-07 14:32
  • 신문게재 2011-09-08 20면
  • 이주환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이주환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 이주환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 이주환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또 추석을 빌미로 선물을 제공하는 등 위법한 기부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그에 대응하여 선거관리위원회는 추석관련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 위법행위 유형으로는 선거구민의 경조사 등에 축의금이나 부의금 또는 선물을 제공하는 행위, 입후보 예정자 등이 연구소나 산악회 등 표방하는 명칭과는 다른 선거를 위한 조직을 결성해 운영하면서 참석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정치인의 팬클럽 총회나 포럼 창립대회 또는 출판기념회 등에 일반 선거구민을 초청하면서 교통편의와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 등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입후보 예정자나 정당관계자 등을 방문해 이러한 위법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안내하고 현수막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법행위 유형의 공통적 요소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을 무상으로 선거구민에게 제공하는 것, 즉 '기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상당히 익숙하게 들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에서 보듯 한편으로는 사회 지도층의 기부가 권장되면서도 사회 지도층의 일부를 구성하는 정치인들에 대하여는 기부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그런 모순되는 사회가 오늘 날의 대한민국이다.

사회는 정치인을 노블레스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선거법은 정치인의 오블리주를 면제해 주는 또는 금지하는 그러한 형국이다. 정치인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정책이나 신념과 무관하게 돈으로 표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정치인과 그들이 제공하는 금품을 거리낌 없이 받을 용의가 있는 선거권자가 많이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의 반영이다. 이렇게 표를 사고파는 선거는 우리의 정치를 신뢰할 수 없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우리는 보통 우리의 경제발전에 비추어 정치발전이 뒤지는 것으로 평가하곤 하는 데, 필자는 우리가 이러한 인식을 가지게 된 데에는 혼탁한 선거판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본다.

가끔씩 정치인들의 드잡이가 해외토픽에 방영되어 망신을 사는 일도 있지만, 실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우리의 인식과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Intelligence Unit'가 2010년 기준으로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60여개 조사 대상국들 중에서 20위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한국이 가장 높은 순위에 매겨지는 구매력지수에 의한 소득순위 22위(IMF)보다 높은 것이다.

이처럼 외부에서 평가하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우리 스스로 체감하는 정치현실에 괴리가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정치인에 의한 기부행위와 그 기부행위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자금의 조달을 둘러싼 부정부패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명절이 다가오면 그동안 은혜를 베풀어 준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오랜 그리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미풍양속이다.

정치인에 의한 기부행위와 선거권자들의 금품 기대심리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이러한 미풍양속의 실천이 정치인에게도 권장되는 날,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석 등 명절을 계기로 감사를 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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