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애기살이 등장하는 모양인데 흔히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라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다. 애기살은 보통 화살보다 작아서 붙인 이름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활솜씨가 뛰어나고 중국은 창을 잘 쓰고 일본은 조총을 잘 쓰는 것으로 일컬어져 왔다. 주력무기가 활, 창, 조총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활솜씨는 선비들이 갖추어야 할 큰 덕목 가운데 하나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의 동명성왕도 어릴적에 활과 화살을 잘 만들고 잘 쏘았기 때문에 주몽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 겨레의 활은 상당히 유명해서 동이족이라는 말도 활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활에는 인류가 최초로 발명한 동력을 활용한 과학슬기가 깃들어 있다.
우리나라 활은 박달나무로 만든 단궁과 물소뿔과 쇠심줄, 뽕나무 등을 얇게 켜서 붙여 만든 각궁이었다. 이 가운데 각궁은 제작기술이나 시위를 거는 방법이 특이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활로 정평이 나 있다.
시위를 걸지 않을 때는 하트모양으로 오그라져 있어 물소뿔을 붙인 부분이 안쪽에 있지만 시위를 걸기 위해 화롯불을 쐬어가며 바르게 펴면 활 모습을 갖추면서 물소뿔을 붙인 부분이 바깥쪽에 위치하여 시위가 강력한 탄력을 유지하게 된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시위를 당길 수 조차도 없다.
이렇듯 강력한 활에 길이가 짧아서 다른 활에 장착하여 재사용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정거리가 길고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애기살의 위력은 상당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새로운 발명품인 애기살은 또다른 발명품인 통아를 만들어 냈다. 통아는 짧은 애기살을 쏘기 위해 대나무를 반쪽으로 갈라서 보통 화살 길이만 하게 만든 발사보조기구다.
이 애기살과 통아는 다른 나라에서 모르도록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활을 쏠때는 이 통아 끝에 끈을 달아 손목에 감고 애기살을 끼워 시위에 걸고 당겨서 쏘면 애기살만 나가게 된다. 또한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쇠뿔로 만든 깍지를 엄지손가락에 끼고 시위를 당겼다.
애기살이라는 발명품이 통아의 발명을 낳았고, 강한 활이 깍지라는 발명품을 낳았다. 이렇듯 하나의 발명이 또다른 발명의 어머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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