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촉발된 교과부의 대학 압박은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
대학의 난립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부실대 꼬리표를 단 대학들이 올바른 정상화를 꾀하기보다는 부실지표 상승에만 치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교과부의 발표에 따라 학자금 대출 제한 및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이름을 올린 대학들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 대학은 말을 아끼면서도 교과부의 평가 절대지표 활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반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평가결과는 초·중·고교생이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발표와 마찬가지로 지역이나 학교별 특성 변인을 고려하지 않은 절대적 기준의 줄세우기식 평가라는 것이다.
A대학 한 관계자는 “다른 대학에 비해 예체능계열 인원이 많아 취업률 지표에서 20% 이상 손해를 봤다”며 “대학의 특화된 변인을 참작하지 않은 절대적 기준에 따른 평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대학은 “인상했던 등록금을 다시 인하키로 하고 환급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번 평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반응은 다소 냉담하다.
애초부터 등록금 인상을 자제할 수 있었을 테고, 타 대학이라고 예체능계열 인원이 없느냐는 것이다.
학부모 김모(52)씨는 “등록금 인상을 위해서는 대학마다 물가상승분 등 각종 지표를 분석해 비율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며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고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학교 입장에서만 인상하고 나서 정부가 압박하자 면피용으로 조금 내리는 모양새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부실대 꼬리표를 단 대학들은 올바른 정상화를 꾀하기보다는 평가지표 수치를 맞추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평가지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장기적인 발전 방안보다는 평가지표 수치 상승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이번 결과로 인해 대학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학생의 등록금 대출을 제한하고, 정부 재정지원의 돈줄을 막기 때문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 재학생 충원율이 하락하고, 학생이 부족하면 대학 재정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등 연쇄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부실대 꼬리표가 재도약을 위한 채찍이 아닌 실제 퇴출로 연결되는 함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대 한 관계자는 “대학마다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실제 퇴출로 이어지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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